열정과 실력으로 보험지점장 유리천장 깼다

[금융인라운지]KB손해보험 강원지역단 여성 리더들
작년 전국지역단 최상위···“여성리더 선호현상 격세지감”
사업장 재떨이 있던 시절부터 현장 경험 ‘20년 베테랑’
女지점장 거부했던 시기도···"마음 돌리려 숏컷까지 해”
KB의 통 큰 커리어 지원···지점장 10명 중 4명은 여성
  • 등록 2024-05-31 오전 8:00:00

    수정 2024-05-31 오전 8:00:00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보험사의 영업현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는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면, 보험 지점을 관리하는 지점장은 설계사의 마음마저 얻어야 한다. ‘무형의 상품’인 보험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선 보험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뿐 아니라 내부 고객인 설계사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왼쪽부터 강민지 KB손해보험 신원주지점장, 이혜경 여주지점장, 김경미 강원지역단장, 이선재 강원지점장, 김순미 원주지점장. (사진=KB손해보험)
작년 상반기 1위 실적…“포기하지 말고 도전”

이 같은 전쟁터에서 ‘최고 실력’을 뽐낸 여성 리더를 만났다. KB손해보험 강원지역단의 F4로 불리는 강민지(45) 신원주지점장, 이혜경(45) 여주지점장, 이선재(49) 강원지점장, 김순미(43) 원주지점장이 그 주인공이다. 작년 상반기 1위에 빛나는 강원지역단. 이곳을 이끄는 김경미(54) 지역단장도 함께했다. 이들은 성능 좋은 무기(보험), 열정 있는 동료(설계사), 체계적인 훈련(회사의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사무실 흡연 문화가 있던 1990년대부터 영업현장을 두루 경험한 이들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원지역단 F4는 ‘케미 맛집’이다. KB손보의 초대 여성 지역단장인 김경미 지역단장 밑에서 대표 지점장 역할을 맡은 강민지 지점장은 이혜경 지점장과 한 지점에서 일했다. 강 지점장은 “저는 예스(YES)맨이다. 회사에 다닌 28년 동안 여기 있는 다른 여성 지점장을 비롯해 좋은 여성 선배를 만났고 조언을 항상 귀담아들었다”며 “성과도 중요하지만 자기 계발에도 힘쓰라던 회사 동료 조언에 따라 현재 KB금융의 ‘서울대 금융아카데미’ 과정에도 참여 중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들의 이력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과거엔 남성 설계사의 여성 리더 거부 사태도 있었다. KB손보의 지점장 사관학교 출신인 김순미 지점장은 “8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이 손보사 지점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며 “그래서 지점장 처음 출근하는 날 숏컷을 하고 남성 정장을 입고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영업현장에선 흉내보단 ‘나다움’과 실력과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를 다시 기른 이유다”고 덧붙였다.

여성인력 양성 노력한 KB…지점장 비중 업권 두 배 수준

20여년째 여성 영업관리자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김경미 강원지역단장은 여성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회사의 지원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KB손해보험의 전신인 LIG손보에서 처음 보험업을 경험했다”며 “여성 리더를 바라보는 회사의 시각이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실제 KB손보는 여직원에게 리더로 갈 수 있는 ‘사다리’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금융그룹의 KB드림캠퍼스, KB WE캠퍼스 등 ‘교육과정’과 KB WISH,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 김 단장 역시 사내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인력 양성에 대한 노력은 결과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KB손보의 지점장 중 여성 비중은 약 43%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업권 여성 관리자 비중이 24.3%에 불과하다는 점, 손보업권의 여성 지점장 비중이 20~30%대인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F4는 우리 사회 화두인 ‘워라밸’에 대한 생각도 가감 없이 밝혔다. 과거에는 일과 양육의 병행이 어려워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 여성이 많았지만 이제는 가족의 지지와 사회적 분위기의 전환으로 어느 정도 선택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혜경 지점장은 “집과 직장이 원거리라 완벽한 균형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선택을 할 때 가족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고 결과적으로 엄마의 일을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도전하라” 강원지역단 여성 리더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다. 맏언니인 이선재 지점장은 “지점장에 도전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며 “후배들에게 기회가 있다면 주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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