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 평가 기간인 지난해 10월1일부터 올해 9월30일까지 신용평가사들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Creditoutlook), 감시(Creditwatch) 조정 내용을 투자등급(AAA~BBB-)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한신평이 총 7건의 선제 조정을 단행하며 지난해에 이어 이슈 선점 역량을 보였다. NICE신평은 4건, 한기평은 3건으로 집계됐다. 후행 조정은 한기평·NICE신평 각 6건, 한신평 5건이다.
평가일 기준으로 7일(5영업일 초과)에서 3개월 내 먼저 조정한 경우 선행으로, 따라오는 경우는 후행으로 분류했다. 5영업일 차이는 신평사 내부적으로 행정 처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고 3개월 초과는 관점이 다른 것으로 판단해 선·후행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 기간 신평사들의 선제적 조정은 14건에 그쳤다. 지난 33회 당시 34건과 비교할 때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등급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타사의 선제적 등급 조정을 따라가는 모습도 지난 회 32건에서 올해 17건으로 잦아들었다.
한편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신평사별로 선제적 의견제시가 적절했냐는 질문(5점 척도)에서 NICE신평에 3.6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각각 3.58점, 3.56점을 받았다.
한신평 이슈 선점… 한기평·NICE신평 숨 고르기
한신평은 신평사 3사 중 가장 많은 7건의 선제 조정을 단행하며 3년 연속 이슈몰이에 나섰다. 한신평은 지난 5월 여천NCC의 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조정했다. 유가 상승, 전방 수요 둔화 등 부정적인 영업 환경이 이어지면서 이익창출력이 저하됐다는 판단에서다.
한신평은 또 3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먼저 상향 조정했다. NICE신평은 1건에 그쳤고, 한기평은 전무했다. 한신평은 지난 3월13일 기아(000270)의 신용등급을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로 높였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점차 완화되면서 글로벌 생산량이 회복 추세에 있으며, 백오더(선주문) 물량이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SK렌터카(068400)(A, 긍정적→A+, 안정적), SK실트론(A, 긍정적→A+, 안정적) 등의 신용등급도 발 빠르게 올렸다.
NICE신평은 4건의 선제 조정을 단행했다. 이 중 신용등급 상향이 3건, 하향이 1건이다. 등급 전망의 경우 하향만 3건을 기록했다. NICE신평은 현대캐피탈의 등급 전망에 이어 신용등급까지 한발 앞서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회사인 기아의 신용등급 상향에 따라 계열 전반의 신인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NICE신평은 지난 3월17일 현대비앤지스틸(004560)(A)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주요 원재료인 니켈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영업 실적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3월 31일에는 현대로템(064350)(A-)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여 잡았다. 비교적 수익성이 우수한 방산 부문의 실적 비중이 확대되면서다.
한기평의 선제 조정 건수는 3건에 그쳤다. 등급 전망 상향 2건, 하향 1건이다. 한기평이 신용등급 전망을 선제적으로 상향한 기업은 HD현대중공업(329180)(A-, 안정적→A-, 긍정적), 현대삼호중공업(BBB+, 안정적→BBB+, 긍정적)이며, 등급 전망을 하향한 기업은 동국산업(005160)(A-, 안정적→A-, 부정적)이다.
경기 악화에 기업 실적 부진…신용도 하향 가시화
등급 하향 조정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신평사 3사의 평균 등급 상하향 배율(업다운레이쇼)도 지난해 9월 말 2.13배(단순평균)에서 지난 9월 말 0.53배로 급락했다. 현재 등급 조정 속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현 수준의 등급 조정 속도가 적당하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176명 중 122명으로 69.3%에 달했다. 응답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비 크레딧 애널리스트(비 CA)가 74명으로 가장 많았다. 매니저(MG)는 56명, 크레딧 애널리스트(CA)는 48명을 기록했다. 이어 ‘하향 추세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49명(27.8%)이 답했다.
SRE자문위원은 “경기 둔화 후행에 기인해 등급 상하향 배율은 1배 하회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또 고금리 지속에 따른 등급 하향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등급 영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고금리 지속 영향으로 등급 하향 조정이 더욱 가파르게 일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107명(60.8%)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등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34명·19.3%), ‘주요 기업 실적 견조로 신용등급 하향 막을 것’(26명·14.8%) 등의 순이다.
금리 인상 영향이 신용등급에 충분히 반영됐냐는 질문(5점 척도)에는 2.79점을 매겼다. SRE자문위원은 “금리 인상이 신용등급에 충분히 반영됐냐를 고를 때 (응답자들이) 2점과 3점을 많이 골랐다”면서 “이는 (금리 인상 영향이 신용등급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는 불안한 심리적 영향이 설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4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