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 등 '정조 유적', 세계유산 '잠정 목록' 탈락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심의 부결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기여하지 못해"
  • 등록 2023-03-27 오전 8:30:03

    수정 2023-03-27 오전 8:30:03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조선 정조(재위 1776∼1800)의 신도시 건설과 관련한 유적이 유네스코 등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산하 세계유산분과는 이달 초 회의를 열어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의 잠정목록 선정 여부를 심의해 부결했다. 위원회는 “연속유산으로서 구성 요소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며 일부 구성 요소는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부결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 화성행궁(사진=수원문화재단).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은 정조가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의 보편적 가치인 효(孝), 애민 등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건설한 신도시 유적을 지칭한다. 기존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화성 융릉과 건릉, 수원 화성을 비롯해 수원 화성행궁, 수원 화령전, 지지대비,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지, 만석거, 수원 축만제, 수원향교, 오산 궐리사 등 10곳이 포함됐다.

경기도 측은 등재 신청서에서 “효, 애민, 교화 등의 보편적 가치가 정조 재위 당시 상공업 발달, 실학사상 등과 융합돼 단기간에 강한 목적성을 갖고 구현된 계획도시의 유형적 증거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서류 심사와 현지 조사를 통해 보편적 가치 충족 여부와 등재 범위, 유산의 보존·관리 현황, 향후 보존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평가한 결과 잠정목록 등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조의 효, 애민, 교화가 인류 문명사에서 어떤 시대적 가치를 가졌는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에 등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산을 모은 일종의 예비 목록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려면 잠정목록, 우선등재목록, 등재신청후보, 등재신청대상 등 4단계의 국내 심의를 거쳐야 한다. 지난해 7월 기준 유네스코에 등록된 한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총 1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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