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과 소비심리 침체 등 거시경제의 불안한 상황 때문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상반기 IPO 후보로 꼽혔던 케이뱅크와 골프존카운티는 상장 철회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은 사실상 상반기 IPO가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골프존카운티는 작년 8월 22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오는 2월 22일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심사효력 기간 내 공모를 진행하려면 지난 1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제출하지 않았다. 골프존카운티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예비심사를 다시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20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케이뱅크도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를 위해 증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지난 6일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케이뱅크는 KT의 손자회사다. 업계에서는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IPO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기업들의 계열사들도 IPO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상장을 예상하는 대기업그룹 비상장 기업들은 SK(034730)의 자회사인 11번가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카카오), SK에코플랜트·온·매직(SK), LG CNS(LG), CJ올리브영(CJ), 라인게임즈(네이버), SSG닷컴(신세계), 두산로보틱스(두산)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동학개미들의 등장으로 IPO 시장도 호황을 누리자 재빠르게 신규 상장 예상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 역시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우산을 바탕으로 조 단위의 대어급 IPO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대기업 계열사들도 상장 시기를 재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일부 오너 일가의 3∼4세 승계를 위한 작업이 늦어지고 본사의 기업가치 극대화와 투자자금 회수 지연도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CJ그룹이 지난해 CJ올리브영 상장 추진을 잠정 중단하면서 이재현 회장 자녀의 승계 자금 마련이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의 작년 3월 말 기준 연결 감사보고서상 지분구조를 보면 이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각각 11.04%, 4.21%를 보유하고 있다. 남매가 CJ올리브영 지분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하면 CJ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넉넉해질 수 있다.
지난해부터 IPO에 대한 기대가 모였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1조2000억원을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일단 투자자금 수혈을 통해 채무 상환과 같은 급한 불을 끄고 기업가치도 끌어올리면서 상장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번 투자는 카카오엔터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성격이 짙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 시기를 각각 올해와 내년으로 예상하면서 “IPO는 주요 이해관계자 추가 출자 등을 통해 지분구조가 복합적인 상황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엔터는 1조2000억원 유치로 IPO에 따른 지분율 희석과 이중 상장에 따른 할인율을 적용하면 본사에 투영되는 지분가치 트리거(도화선)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IPO 시장 분위기는 올해 하반기에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는 대어급 기업들의 신규 상장이 하반기 이후 부활할 것으로 보여 작년 수준의 공모 규모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