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알바생들에 속타는 사장님…"무서워서 사람 쓰겠냐"

  • 등록 2022-01-04 오전 8:31:17

    수정 2022-01-04 오전 8:31:17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0.5인분만이라도 해주길 바랐는데 욕심이 과했나 보다”

강원도에서 국밥집을 운영한다는 A씨가 고등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다가 낭패를 봤다며 분노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2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갈수록 거지 같은 인간들만 일하러 온다’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사연을 올린 A씨는 알바생이 구해지지 않아 최근 고등학생 2명을 알바생으로 채용했다고 밝히면서 “시급을 1만 2000원까지 올려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오는 사람이라도 알바로 써야 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알바생들에게 근로계약 시 수습기간 명시에 분명 무단퇴사시 최저 시급만 준다고 했다”며 “너희들 할 자신 있으면 하라고 했던데 둘 다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는 “2주 만에 1명이 퇴사하고, 오늘 나머지 1명마저 퇴사했다”며 “말도 안 되는 거짓말과 변명들 그리고 산재 처리해달라는 협박에 요새 참 무서워서 사람 쓰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알바생들과 나눈 메시지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메시지에서 알바생 B양은 가족 사정으로 이날 일을 쉬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손이 부족했던 A씨는 “지금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 너 쉬고 이모도 2층에서 일하시면 1층은 다른 애 혼자 서빙해야 한다”며 “너 일만 일이고 가게 일은 일이 아닌 게 아니지 않느냐. 여기서 일하기로 했으면 가게 규칙을 지켜라”고 했다.

그럼에도 B양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오늘 오후에 일이 있다. 가게에서 일한다고 해서 가족보다 가게가 중요한 건 아니다. 가족이 1순위고 가게는 그 뒷전”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A씨는 “항상 나왔다고 한번 안 나오는 게 당연시되는 거냐. 길게 얘기할 필요 없이 이런 이유로 결근하면 계속 이런 일이 생길 거 같으니 그냥 쉬어라”라고 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쳐)
또 다른 알바생 C양은 지난 크리스마스 당일 “눈이 많이 와서 집 앞까지 도로가 막혀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아침에 제설작업 하니까 9시 출근이 힘들면 10시에 출근하라”고 답했다.

그러자 C양은 “사장님 저 일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손목 재활이 불가능합니다”라며 “그동안 일했던 돈은 언제쯤 받을 수 있냐”고 재촉했다.

이어 C양은 “원래 손목이 좋지 않았어도 일하고 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면서 “일하는 도중 손목을 크게 다쳐서 재활 치료도 어렵다고 한다. 일하다가 다친 거고, 4대 보험 가입된 거로 아는데 산재 처리해주실 거냐”고 묻기도 했다.

A씨는 “알바생 중 한 명이 같이 일하는 외국인노동자한테 전화해서는 ‘너 때문에 빙판길에서 넘어졌으니 네가 병원비, 치료비 전액 내놓고 합의금도 달라’고 했다더라”라며 “외국인 아이가 밥 먹으라고 부른 소리에 자기가 넘어졌으면서”라며 황당해했다.

끝으로 A씨는 “빨리 가게 팔려서 가족끼리 작게 하고 싶다. 점점 사람한테 지쳐간다”며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그냥 0.5인분만이라도 해주길 바랐는데 욕심이 과했나 보다”고 허탈해했다.

이같은 사연을 본 네티즌들은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저도 고등학생일 때부터 알바 많이 했는데 저러진 않았다”, “사장님이 뭔 죄냐..힘내시고 건강 챙시셔라”, “저도 사람이 지쳐서 최소 인력으로 벌 만큼만 벌고 주말, 공휴일 전부 다 쉽니다. 갈수록 자영업자만 힘들죠”, “고딩이라고 해서 전부 저러진 않습니다. 다만 인성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있을 뿐..사장님 마음 이해합니다. 좋은 알바 만나시리라 믿습니다”, “요즘 고딩들은 아예 면접도 안 본다. 정말 답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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