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10대 대학이 키운 바이오 기업을 조사했다. 대상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를 비롯해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포스텍, 카이스트, 유니스트, 지스트)의 교원 창업 바이오 기업과 기술지주가 투자한 주요 바이오 기업이다. 가장 많은 교원 창업 및 기술지주 투자 기업을 배출한 서울대와 포스텍 이외에도 대학들은 우수한 인력과 겸업 규제 완화 등으로 벤처 창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었다. 연구비 유치 등 직접적인 투자도 확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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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의 교수 창업 1호 기업은 올릭스(226950)다. 이동기 화학과 교수는 2010년 짧은 간섭 RNA(siRNA) 구조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며 창업에 뛰어들어 코스닥 시가총액 60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박웅양 의과대학 교수가 2018년 설립한 정밀의료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는 연내 상장이 목표다. 설립 후 3년 동안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VC)인 K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258억원을 투자받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한양대 창업 기업 중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제를 개발하는 진메디신이 간판 기업이다. 윤채옥 생명공학과 교수는 2014년 진메디신을 설립해 2023년 기업공개(IPO)를 노리고 있다.
과학기술특성화 대학들은 교원 창업 바이오 기업 수가 모두 두자릿수로 활발했다. 카이스트가 11곳, 유니스트가 17곳, 지스트가 13곳이다. 주요 기업으로는 △돌연변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소바젠(카이스트) △퇴행성 질환에 적용하는 노화세포 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퓨전바이오텍(유니스트) △펩타이드 바이오 소재를 연구하는 애니젠(지스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지놈앤컴퍼니(지스트) 등이다.
이들은 미래과학기술지주회사를 공동설립해 바이오 기업을 육성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각 대학별로도 기술지주를 설립해 바이오 창업을 돕고 있다. 카이스트가 중심이 돼 만들어진 미래과학기술지주가 투자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은 총 17곳이며, 포항공대와 유니스트는 자대 기술지지주회사를 통해 각각 12곳과 5곳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의 우수한 인력과 연구 인프라, 겸업 및 휴직의 보장이 바이오 벤처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대학의 자체 투자기구를 체계화 하는 등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가치창출과 사회공헌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한양대는 바이오원천기술개발의 본산인 의대, 의공학 및 의료데이터 분석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공대, 의료경영 인력을 공급하는 경영대학이 한 캠퍼스내에 있는 국내 유일의 대학”이라면서 “학내 연구과제를 사업화하려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만 해온 교수들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직접 투자하기도 하고 투자자를 연결하기도 한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비상장 시기에 지스트의 창업 지원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연구비를 수주할 수 있었다”면서 “특허나 기술이전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학교와 기업과의 소통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승진에 있어서도 창업, 기술수출 등 산업에 기여하는 경우에 인정해주는 항목들도 생겨나고 있어 학내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