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 '반도체 굴기' 정조준…네덜란드에 "EUV 장비 팔지마"

트럼프 이어 바이든도 ASML 장비 對中수출 제한 요청
네덜란드, 美요청에 수출 보류중…"1대도 승인 안해"
中자체 개발해도 10년…네덜란드에 "수출 하라" 압박
  • 등록 2021-07-18 오전 9:59:42

    수정 2021-07-18 오후 9:05:3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도 네덜란드 정부에 반도체 제작을 위한 핵심 장비를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對中) 봉쇄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 기업인 ASML이 만든 첨단 노광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 허가를 지속 보류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들며 네덜란드 정부에 ASML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수출 허가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중국 정부 역시 장비를 수출하라며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실리콘 웨이퍼에 EUV를 이용해 5나노미터(㎚)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을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반도체 생산장비다. 사람 머리카락 한 가닥의 너비가 약 7만 5000㎚이다.

첨단 스마트폰과 5세대 이동통신(5G) 셀룰러 장비부터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칩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장비인 만큼, 1대 가격이 무려 1억 5000만달러(약 1712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TSMC, 인텔, 애플 등 세계 유수 반도체 기업들이 ASML의 최첨단 EUV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도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ASML은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올해 42대, 내년 55대 각각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은 2020년 ASML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노광장비를 개발하더라도 ASML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WSJ은 미국의 압박에 대해 “트럼프 전 행정부의 유산”이라며 “지난 2019년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부보좌관은 네덜란드 외교관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좋은 동맹국은 이런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쿠퍼먼 보좌관은 “ASML 장비는 미국 부품 없이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백악관은 해당 부품의 네덜란드 수출을 제한할 권한이 있다”고 압박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네덜란드의 카운터파트와 통화하면서 두 나라의 선진 기술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면서 같은 문제를 거론했다. WSJ은 ASML 장비의 대중 수출을 지속 제한하는 방안은 설리번 보좌관의 최우선 업무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자국 부품의 수출을 금지시키겠다는 ‘협박’성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서방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대중 수출 제한에 대해서만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신문은 부연했다.

피터 버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기업들의 수요가 너무 높아 대중 수출 제한이 회사 사업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서도 이같은 수출 제한 조치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수출 규제가 남용될 경우 중기적으로 혁신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은 동맹국들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등 중국과 기술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면서 “네덜란드는 광범위한 미중 기술 냉전에서 부수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고 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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