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님의 평소 이미자 답게 ‘혜자’라는 뜻은 ‘후하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등으로 통용됐습니다.
김창열 씨는 후에 이름을 개명하기까지 했습니다. 식품 업체 측에서도 나름 풍성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 굳어진 ‘단어의 쓰임새’는 쉬이 바뀌지 않는 듯 합니다. 지금도 ‘혜자다’, ‘창렬이다’라는 말은 종종 쓰이곤 합니다. 이중 하나가 카드 업계입니다. 사용자들은 혜택이 후한 카드를 일컬어 ‘혜자카드’라고 하곤 합니다. 인터넷 밈(meme)이 낳은 또 다른 문화가 된 것입니다.
혜자카드의 실종
카드사들은 새 카드를 내는 만큼 기존 카드도 부지런히 정리합니다. 손해를 보는 카드는 접고 이익이 큰 카드는 키우는 것이지요.
대체적인 방향성은 이용자에 주는 혜택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이른바 혜자카드의 단종입니다. 이는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추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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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연회비와 비교해 과도한 마케팅비를 쓰고 있다면서 이를 줄이도록 권고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양적으로 늘어가는 사용자 수와 사용액에 맞춰 포인트 혜택 등을 늘려왔습니다. 이런 혜택은 마케팅 비용의 70~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올해 카드 이용자들이 받는 카드사 혜택(할인 혹은 포인트)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혜자카드도 단종되고 있는 것입니다. 혹은 연회비가 올라가거나 전월실적 기준 상승으로 ‘혜자’라는 타이틀을 벗기도 합니다.
실제 혜자카드의 단종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되던 해에 더 두드러졌습니다.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18년 인하됐는데, 그 다음해인 2019년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체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감독규정 기준에 따라 계산한 2019년 카드사의 당기 순이익은 1조2937억원으로 전년대비 6.1% 감소했습니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2017년 73종, 2018년 82종의 카드가 단종됐지만 2019년에는 160종, 2020년에는 151종의 신용카드가 없어졌습니다.
이후로도 카드사들은 혜자카드로 불릴만한 카드를 계속 단종시키고 있습니다. 대신 특정사와의 제휴를 해 혜택을 몰아주는 식의 PLCC카드 등을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무조건 혜택’이란 의미에서 ‘혜자카드’는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왜 만만한 이슈인가
올해 2021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재산정합니다. 오는 11월 정도에 결정되는데 여신업계와 다른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금융위 내부에서 결정이 됩니다.
카드사 수수료율은 최대 2.5%이나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은 0.8%, 중소가맹점(연매출 3억~5억원)은 그보다 낮은 1.3%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추정하는 적정 수수료율이 1.0~1.5%인 섬을 고려하면 대다수 영세·중소가맹점에서는 손실을 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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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여당이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고통분담을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어 이번에도 수수료율 인하가 유력해 보입니다.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거의 제로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마른 수건을 짜내는 식이 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가맹점 입장에서 수수료율 0.1%포인트가 낮아진다고 해서 이들의 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까요?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는 치솟는 임대료, 원가, 방문객 감소 등 많이 있습니다. 카드 수수료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정부 여당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편해서’입니다. 카드사와 여신업계 몇몇 업체들의 팔을 비틀면 의미있는 ‘숫자’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힌 이익단체와 협의를 한다거나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쉬울 수 있습니다.
이는 선거철마다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앞세우면서 표를 얻는 정당들의 전략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몇몇 통신사들의 팔을 비틀어내면 ‘000원 인하’라는 뉴스 타이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게 소상공인들을 위하는 길일까
이렇게 카드사 급전을 쓰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소상공인들입니다. 소상공인들을 위해 수수료율을 인하해줬건만, 정작 카드사들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뭔가 아이러니한 사황입니다.
신용카드 대출인 카드론 규모가 지난해만 3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7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하며 깜짝 실적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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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부의 노력으로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도 경감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정부의 노력이 뭔가 엉뚱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찝찝합니다. 되레 소비자들이 누려야하는 혜택이 줄었다면 ‘괜한 과장’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