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한샘 회장 용퇴 "가구 1위 일군 샐러리맨 신화"

(상보)1979년 과장으로 입사, 수작업→기계화 제조 혁신
1994년 이후 25년간 수장 자리 이어가, 업계 1위 올려놔
최 회장 "한샘 겪은 시행착오 정리해 후배들에 전수할 터"
후임엔 강승수 한샘 부회장 내정, 이영식 사장 부회장 승진
  • 등록 2019-10-31 오전 6:10:00

    수정 2019-10-31 오전 9:10:04

최양하 한샘 회장 (제공=한샘)
[이데일리 강경래·김호준 기자] “‘샐러리맨 신화’, ‘가구 대부’의 아름다운 퇴장.”

과거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한샘을 가구 인테리어 업계 1위에 올려놓은 최양하 한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1994년 한샘 수장에 오른 지 25년 만에 일이다.

한샘은 31일 이날부로 최양하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고 퇴임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1월 1일 사내 월례조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직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사전에 퇴임 날짜를 밝히지 않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최 회장은 첫 직장인 대우중공업을 거쳐 1979년 당시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한샘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한샘의 성장 가능성 하나만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최 회장은 한샘에 합류한 후 이전까지 수작업에 의존해온 가구 제작 과정을 기계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장비에나 쓰이던 ‘CAD’ 프로그램 역시 가구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그 결과 가구를 제작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반대로 생산성은 크게 높아지는 등 제조에 있어 혁신을 일궜다.

한샘 창업자 조창걸 명예회장은 이러한 최 회장의 능력을 높게 평가, 그가 입사한지 15년 만인 1994년 대표이사 전무로 발령을 냈다. 당시 최 회장의 나이는 45세에 불과했다. 최 회장은 평소 “경쟁과 위기가 우리를 강하게 키운다”고 밝혀왔다. 이러한 철학 덕에 그는 임기 동안 외환위기(1998년)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등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금융위기 때는 저가 브랜드 ‘ik’를 출시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2014년 말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도 시공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전략을 구사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최 회장은 특히 2016년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어 주방가구 기업으로 시작한 한샘을 토털 인테리어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주도해 론칭한 ‘한샘 리하우스’는 부엌과 욕실, 바닥재까지 집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종합 인테리어 브랜드로 건자재부터 가구·생활용품까지 모두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한샘은 이를 발판삼아 ‘빌트 인 플러스’ 등 신사업을 추가로 내놓으며 종합 인테리어 회사로 자리 잡았다. 한샘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매출액이 최 회장이 취임할 당시 1000억원대에서 지난 2017년에 2조원대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샘은 올해 2분기까지 7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후배들에게 교육과 사업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퇴임 후에 관련 청사진을 구상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한샘은 사실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은 회사다.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한 번쯤 정리해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내 역할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샘은 최 회장에 이어 강승수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강 부회장은 한샘의 사업 영역을 부엌 가구에서 일반 가구로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원스톱 인테리어 쇼핑이 가능한 ‘한샘 플래그숍’을 기획하기도 했다. 강 부회장은 2015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줄곧 ‘포스트 최양하’로 불려왔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영식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강 부회장과 함께 한샘을 이끌게 된다. 이 사장은 1996년 한샘에 입사해 경영기획과 관리, 마케팅, 유통 등을 두루 거쳤다. 2016년에는 사장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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