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리크랩’·‘저열량 아이스크림’…글로벌 외식사, 한국서 食전쟁

점보씨푸드·헤일로탑, 연달아 국내 1호 매장 오픈
연평균 9% 성장한 국내 외식시장…글로벌 브랜드에 매력적
토종 외식업계 침체기…한식업계 매장 줄줄이 감소
국내 소비자 쟁탈전 국내외 외식업계 맞짱
  • 등록 2019-07-16 오전 6:30:00

    수정 2019-07-16 오전 6:30:00

싱가포르의 외식 브랜드 점보씨푸드가 서울 도곡동에 1호 매장을 열고 국내 공략에 나섰다.(사진=점보씨푸드)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글로벌 외식업체가 속속 한국시장에 상륙하고 있다. 해외 식문화에 익숙한 소비 풍토와 트렌드에 민감한 입맛, 글로벌 브랜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성향 등이 글로벌 외식업계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마포갈매기, 연안식당 등을 운영하는 디딤은 서울 도곡동에 점보씨푸드 1호점을 열었다. 점보씨푸드는 싱가포르의 외식기업 점보그룹이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로 중국,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9개 도시에 매장 17개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명물로 꼽히는 ‘칠리 크랩’이 대표 메뉴다. 국내 1호 매장인 도곡동 매장은 991.7㎡(300평) 규모에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동물인 머라이언 상을 설치하는 등 현지 느낌을 살렸다.

점보씨푸드의 국내 진출은 디딤 자회사인 TCI와 점보그룹이 각각 지분 50%를 갖고 조인트벤처(JV) ‘제이디에프앤비(JD F&B)’를 설립하며 이뤄졌다. 디딤은 외연확장을, 점보그룹은 리스크를 최소화한 선택이었다. 점보씨푸드는 도곡동 1호점에 이어 올해 일산에 2호점을 열 계획이며 대형·중형·소형 등 다양한 크기의 매장형태로 가족부터 1인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가 헬로우탑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출시한 욜로우 시리즈.(사진=이마트)
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 헤일로탑은 아시아 진출 첫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 이달 중 서울 신사동에 매장을 오픈한다. 헤일로탑은 저열량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파인트(0.47ℓ) 한 통에 적게는 240kcal, 가장 열량이 높은 것이 360kcal 정도다. 이는 기존 아이스크림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저열량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헤일로탑은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린 신규 식음료 브랜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헤일로탑의 국내 공략에 맞서 이마트는 지난달 헤일로탑과 비슷한 콘셉트의 ‘욜로우’를 출시했다. 욜로우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의미의 신조어 ‘욜로(YOLO)’와 칼로리가 ‘낮다’는 뜻의 ‘로우(Low)’의 합성어로 살찌는 것을 걱정해 현재의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았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사수한다는 취지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매출은 지난 2015년 2조184억원에서 1조6837억원으로 2년 만에 16.6% 감소했다. 반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15년 1710억원에서 2017년 1760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마트 아이스크림 매출에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1.5%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7.8%로 6.3%포인트(p) 증가했다.

커피전문점도 글로벌 브랜드의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과 삼청동에 매장을 열자 국내 소비자들이 대거 몰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대만 흑당버블티 쩐주단도 지난 3월 부산 남포동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4월 서울 연남동에 매장을 냈다.

글로벌 외식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로는 국내 외식시장의 급성장을 들 수 있다. 통계청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외식시장 규모는 2010년 68조원에서 2016년 119조원, 지난해 136조원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9.1%에 달했다.

국내 토종 외식 브랜드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매장을 줄인 CJ푸드빌의 한식 뷔페 프랜차이즈 ‘계절밥상’.(사진=CJ푸드빌)
시장은 커지지만 경쟁 포화로 국내 토종 외식 브랜드는 침체기를 겪고 있어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8년 정보공개서를 살펴보면 상위 10개(가맹점 수 기준) 외식 브랜드 중 다섯 곳의 매장 수가 지난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개점 수보다 계약 종료나 해지로 문을 닫은 가맹점 수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대기업 계열 한식뷔페 브랜드도 줄줄이 매장을 줄이고 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지난해 매장 9개를 폐점했고, 신세계푸드도 3곳의 매장을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출장, 유학, 여행 등으로 해외경험이 잦아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글로벌 외식 브랜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국내 외식업계는 침체기를 겪고 있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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