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핸들·굉음 머플러 달고 불법질주…도로위 무법자 오토바이

별도 자격증 필요 없어 누구나 정비·개조 가능해
4륜차와 달리 정비내역서 없어 상태 파악 어려워
정기검사 없어 불법개조해도 파악 불가능해
미국선 판매부터 폐차까지 단계별로 자격 취득해야
일본은 오토바이 정비 국가 가격증 제도 운영
  • 등록 2018-10-01 오전 6:30:00

    수정 2018-10-01 오전 10:38:13

지난 7월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경찰이 이륜차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상건 손의연 기자] 국내에서도 커스텀 바이크(주문 제작 오토바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커스텀 바이크란 개인의 취향에 맞게 구조를 변형·개조한 오토바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커스텀 바이크가 대중화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법규 미비와 차주·업자의 인식 부재로 커스텀 바이크가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오토바이를 정비·개조할 수 있다. 관련 규정이 없는 탓에 별도의 자격이 필요없다.

다만 오토바이 개조는 한국도로교통안전공단이 정한 기준 내에서 공단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누가 어떻게 정비·개조하는 지 알 수 없는데다 자동차와 달리 정기검사가 없어 사후 적발도 쉽지 않은 탓에 기준을 위반한 불법 개조가 성행한다.

정기검사 없어 불법개조해도 단속 어려워

조향 축, 회전 반경, 동력전달장치, 중량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개조를 하려면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에서 검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차주는 방문신청을 한 후 튜닝 승인을 받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후 검사소에서 확인을 받는 절차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많은 차주와 정비업체가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토바이를 개조한다.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달리 정기검사 대상이 아니고, 적발돼도 관련법 미비로 불법 개조한 업체가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오토바이는 250㏄ 이상만 대상으로 하는 환경검사를 제외하고는 자동차와 달리 정기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관리법 상 자동차관리사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일선 서도 현재 규정으로 처벌에 어려움이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오토바이 개조는 크게 성능을 높이는 튠업 튜닝(Tune Up Tuning)과 외관을 손보는 드레스업 튜닝(Dress Up Tuning)으로 나뉜다.

튠업 튜닝은 주로 엔진의 출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엔진 부속을 교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배기량을 끌어올린다. 드레스업 튜닝은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외관을 변경하거나 색상을 바꾸고 부착물을 교체·추가·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드레스업 튜닝때 사이드 미러를 제거하거나, 핸들을 운전자의 머리 위로 높이는 만세 핸들, 굉음을 내는 머플러 장착 등 불법 개조가 주로 이뤄진다.

이형석 한국오토바이정비협회장은 “제조사가 생산한 순정부품을 이용하지 않고 불법 개조를 하는 업자나 차주가 있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문제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며 “일부 업체들이 법에 오토바이 정비업 자체가 없기 때문에 경찰이나 유관기관이 단속할 명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불법 개조 오토바이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불법 개조 규정 미비로 단속·처벌 어려워

경찰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주로 찾는 도로에서 지나는 오토바이를 일일이 정차시켜 불법 개조 여부를 확인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오토바이 정비·개조업에 허가나 등록이 필요없는 탓에 어디서 누가 개조하는 지를 알 수 없고 불법 개조업체 소재를 파악해도 규정 미비로 처벌이 쉽지 않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 개조를 하고 있는 업체를 알고 있어도 단속할 규정이 없어 답답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한 오토바이 제조사 관계자는 “오토바이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자유품목이기 때문에 누구나 개조를 할 수 있다”며 “오토바이는 업주가 영수증 외에 따로 정비 내역서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불법 개조를 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오토바이 소유주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법률을 재정비해 오토바이 불법 개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 불법 개조 단속 방식이나 규정 등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국토교통부도 오토바이 개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단속해야 하는 경찰도 근거 조항이 모호하다보니 업주나 운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가 복잡한 대형 오토바이 저변이 확대되는 등 시대 상황에 맞춰 오토바이와 관련한 규정을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美선 매매부터 폐차까지 각각 자격 취득해야

관련 법규 자체가 미비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일본, 유럽 등 교통선진국에서는 오토바이 제조 뿐 아니라 판매, 정비, 폐차에 이르기까지 관련 법과 제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미국 플로리다주(州)는 △독립(개인으로 중고오토바이 도·소매) △프랜차이즈(제조사와 프랜차이즈 계약 아래 신형·중고 오토바이 매매) △서비스(정비만 담당, 매매·임대 불가능) △도매(딜러 대상 오토바이 매매) △경매(경매 오토바이를 매매) △폐차(해체·재활용 전문) 등 오토바이 관련 6가지 영업 면허가 존재한다.

미시간주는 오토바이 정비 시설의 영업 면허 발급과 규제를 담당하는 행정규제서비스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미시간주는 오토바이를 자동차 서비스 및 정비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위스콘신주는 오토바이 정비사업과 관련해 사업주가 2년 마다 영업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일본은 오토바이 정비와 관련한 국가 가격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비 자격은 1급부터 3급까지 급수가 나뉘어져 있다.

특히 일본은 배기용량 250㏄ 초과의 오토바이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정부로부터 분해정비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분해정비란 원동기와 주행·조정 장치, 제동·완충 장치 등 오토바이의 중요 부분을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250㏄ 초과 오토바이 정비업소에는 2인 이상의 정비자격자가 있어야 하며 그 중 책임자는 2급 이상의 정비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일본은 스즈키·야마하·카와사키·혼다 4개 오토바이 제조사와 12개 수입업체들이 자발적인 폐차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배터리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오토바이 부품의 불법 폐기를 막기 위해서다. 해당 업체들에서 제조·수입된 폐차 대상 오토바이는 정해진 폐차 대리점에서 공인재단법인인 일본자동차재활용촉진센터의 감독 아래 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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