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집토끼 내쫓으며 무슨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인상,근로시간단축으로 중기 해외탈출 러시
중기 해외공장이전하면 공장근로자는 실직자로 전락
집토끼 해외로 내몰면서 일자리 늘릴수는 없어
집토끼 지키려면 집토끼 습성을 현장에서 찾아야
  • 등록 2018-09-19 오전 6:05:00

    수정 2018-09-19 오전 6:05:00

[이데일리 류성 산업전문기자] “수백명 직원을 고용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로 사업보국한다는 자부심을 더이상 지켜내기가 어렵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30여년 국내에서 운영하던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에는 현재 인천에 있는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 대표는 그간 지속적 국내 인건비 상승과 각종 반기업적 규제에도 기업가로서 국가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주변 권유에도 해외공장 이전은 염두조차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부가 올들어 도입한 3개월 탄력근무제 앞에서는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방법 말고는 달리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주력 제조품목인 아웃도어용품의 특성상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는 최소 5개월 가량 공장을 풀가동해야 하는데 탄력근무제 기간을 3개월로 정해 놓으니 대책이 없었던 것. 탄력근무제를 어기며 불법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거나,공장을 해외로 옮기지 않으면 사업을 접을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터닦기 공사가 한창인 이 회사의 베트남 공장이 가동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국내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00여명 대부분은 고스란히 일자리를 잃게 된다. 공장 근로자 가운데 영업이나 연구·개발 부서 등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길수 있는 근로자라야 고작 10여명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들어 매번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경신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쏟아지는 아마추어 수준 이하 정부정책의 폐해는 고스란히 기업은 물론 근로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은 접고라도 있는 일자리마저 해외로 내쫓는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어날리는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처럼 해외로 사업을 옮기려는 중소기업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만나는 중소기업인 가운데 상당수로부터 국내 본사에는 최소한 업무만 남겨놓고 해외에서 주력사업을 벌이겠다는 사업구상을 듣곤 한다.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표면적 원인은 최저임금제,근로시간단축 등과 같은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기업가를 적폐나 사회악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인들의 해외탈출 러시를 촉발시키고 있다.

일자리 늘리기의 출발점은 있는 일자리부터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집토끼들이 산으로 들판으로 너나없이 달아나는 상황에서 산토끼 몇마리 늘려본들 전체 토끼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집토끼를 지키는 방법은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집토끼들이 무슨 풀을 즐겨먹고, 어떤 잠자리를 좋아하고, 원하는 서식환경은 무엇인지를 집토끼들에게 물어봐야한다.

이 정권은 이런 단순한 이치도 무시하면서 자신만이 절대 옳다는 ‘교조주의’에 사로잡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할때도 직격탄을 맞는 소상공인의 대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에 사전 의견 한번 듣지 않았을 정도다. 정부 부처수장들부터 현장방문을 전시용이 아닌 절실한 해답찾기용으로 활용해야 일자리 전선에도 희망이 보일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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