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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찾은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1번 출구 앞 가판대는 문이 닫힌 채 연극 포스터로 뒤덮여 있었다. 내려진 셔터 위로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고 도로 쪽 가판대 뒷면에 붙인 포스터는 반쯤 떨어져 바람에 펄럭였다. 수차례 포스터를 떼다 붙인 탓에 테이프 자국이 어지럽게 가판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고려대 재학생 이정민(25)씨는 “전에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께서 가판대를 지키고 계셨는데 언젠가부터 할머니가 보이지 않고 가판대도 문을 열지 않은 지 좀 됐다. 관리가 안되니 금새 저모양이 됐다”고 했다.
서울시내 가판대 900여개 …4년 새 20% 폐업
서울시내 가판대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거리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과거 버스표나 음료 등을 팔며 간이 상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급속도로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경쟁에 밀려난 영향이 크다. 게다가 가판대 영업 허가를 받았던 업주들이 고령화하면서 영업을 지속하기 힘들어진 곳도 많다.
관리 주체인 서울시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어서 가판대 감소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질 전망이다.
이전까지 운영하던 노점상 형태에서 벗어나 서울시가 직접 나서 관리에 나서 보자는 취지였다. 서울시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에게 가판대 운영권을 주고 한해 30만원 가량의 대여료를 받고 있다.
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가판대는 2014년 1121개에서 올해(6월 현재) 902개로 4년 새 19.5%(219개)가 감소했다. 서울에 있는 가판대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가판대는 영업을 원하지 않는 업주들이 관할 구청에 신고를 하면 이후에 운영권을 넘겨받을 사람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가판대는 자연스럽게 폐업 절차를 밟는다. 1년에 한 번 계약을 갱신해 폐업 여부를 결정하는 특성상 영업 등록을 하고도 실제로 문을 열지 않는 가판대가 더 있을 것이라는 게 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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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대가 급감한 이유는 편의점과의 경쟁에서 밀려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서울시내 가판대가 줄어든 기간 동안 편의점 점포수는 2014년 5892곳에서 6974곳(2016년 현재)으로 2년새 18.3%(1082개)나 증가했다.
시민들은 문을 여는 시간이 일정치 않은데다 카드 사용이 어려워 가판대를 찾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생수를 사려고 가판대를 찾았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진 편의점을 갔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한모(22)씨도 “가판대에선 교통카드 충전이 5000원 이상부터 된다고 하더라. 가판대에서 파는 건 전부 편의점에서 팔고 있어 굳이 가판대를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가판대 운영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것도 폐업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영하시는 분들이 나이가 들면서 장사를 계속할 수 없게 되고 장사를 하더라도 문을 닫아두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가판대가 이미 효용 가치를 다한 만큼 인위적으로 활성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있는 만큼 정책적인 논의를 거쳐 가판대 운영을 줄여 나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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