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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인촌 김성수 동상을 철거하라는 성명을 냈고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 역시 개강 이후 설립자 김활란 박사의 동상 앞에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다시 세울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구성원 간 논의를 통해 친일 인물 동상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인촌 김성수 서훈 박탈, 고려대 학생회 학내 동상 철거 요구
정부는 지난 13일 고려대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1891~1955년)의 서훈(나라를 위해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훈장이나 포상을 주는 것)을 56년 만에 박탈했다. 고려대 재학생들은 캠퍼스내에 세워져 있는 인촌의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5일 ‘친일파 인촌 김성수 서훈 박탈에 부쳐’라는 성명을 내고 “민족을 저버리고 전쟁이라는 참혹한 행위에 동조한 죄는 그 어떤 업적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김성수 동상을 철거하고 교내 ‘인촌기념관’의 명칭을 변경하는 등 인촌 김성수의 잔재를 모두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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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학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팻말을 세우는 데에 따른 교내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아 철거했다”고 밝혔다. 현재 팻말은 기획단이 학교로부터 돌려받은 뒤 학생문화관에 전시한 상태다. 기획단은 이 팻말을 제작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7개월 간 이화여대 학생 1022명으로부터 100만원 가량을 모금했다.
정어진(21)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장은 “개강 이후에 팻말을 동상 앞에 다시 세우는 것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2차 기획단을 꾸리는 등 여러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 “학생들 움직임 난감해…아직 대응할 생각 없어”
이런 학생들의 움직임에 학교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철거 요구를 해오면 교내에서 논의를 해보겠지만 아직 대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 역시 “다른 학교 동상들과 달리 김활란 동상에는 ‘초대총장 김활란 박사상’이라는 단 한 줄의 설명밖에 없다”며 굳이 동상을 철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외면해서는 갈등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공론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동상을 철거할 수 없다면 설립자의 공과를 밝히는 객관적인 안내문을 세움으로써 시민이나 학생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화여대처럼 팻말을 일방적으로 철거한다면 학생과 학교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동상 철거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