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의 그늘]가상화폐로 번진 유사수신 사기…4년새 9배 급증

유사수신 사기신고 2013년 83건→작년 712건 9배↑
금감원 혐의사실 포착 수사의뢰도 같은 기간 42% 늘어
규제 미비 틈타 유사수신 사기 가상화폐로 확대
가상화폐 수사의뢰 2015년 12건서 작년 38건 3.2배↑
  • 등록 2018-01-26 오전 6:30:00

    수정 2018-01-26 오전 6:30:00

[이데일리 신상건 노희준 기자] ‘000 가상화폐 투자하면 월 15% 고수익 보장. 신규 투자 유치시 20% 커미션 지급. 고객님 꽃길만 걷게 해드리겠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5)씨는 최근 한 가상화폐거래소라는 곳에서 보낸 이메일을 받고 혹했다. 최근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는데다 연말에 결혼을 앞둔 만큼 목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해 꽤 짭짤한 수입을 얻었다는 얘기를 꽤 들었던 최씨는 사흘을 고민한 끝에 투자할 마음을 접었다. 실제로 이 업체를 찾아보니 가상화폐거래소가 아닌 단순 투자대행업체여서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수익과 원금 보장 등을 미끼로 서민들을 현혹하는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율의 예적금 보장에서 FX마진거래와 개인간(P2P) 대출을 거쳐 최근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까지 범행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수신행위 신고건수는 최근 5년 사이에 약 9배로 불어났다. 2013년 83건에 머물던 금감원 신고건수는 지난해 712건까지 급증했다. 신고건수 중 단순 상담과 문의 등을 제외하고 금감원이 구체적 혐의 사실을 포착해 수사의뢰한 건수 역시 같은기간 42%나 늘었다. 2013년 108건이었던 금감원의 수사의뢰 건수는 지난해 153건을 기록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특히 최근에는 가상화폐(코인) 관련한 수사 의뢰가 많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유사수신 혐의업체로 금감원이 수사의뢰한 건수는 2015년 12건에서 지난해 38건으로 3.2배 불어났다. 사기 금액 역시 건당 금액이 조단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IDS홀딩스 사건은 피해 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 이에 앞서 2008년 건국 이래 최대 사기사건이라 불리는 ‘조희팔 사건’은 7만여명의 피해자와 5조715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았다.

유사수신 사기 업체들은 주로 고수익과 원금 보장으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시중 금리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의심하지 않도록 그럴듯한 투자상품을 꾸미고 초기에는 일정한 수익을 되돌려줘 투자자를 안심시킨다.

과거와 비교해 낮은 금리로 서민들이 돈을 불릴 수 있는 수단은 줄었지만 빨라진 은퇴와 평균 수명 증가로 어떻게든 재산을 늘리겠다는 서민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부동산개발업체를 비롯해 주식투자업체, 의료기기 등 제조업체, 요식업, 특수작물 재배업체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접근한다. 대부분 실체가 없는 투자를 하거나 ‘밀돌 빼서 윗돌 괴기’의 돌려막기식으로 운영된다. 또 대부분의 유사수신업체가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여 피해를 더 키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유사수신행위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가상화폐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상화폐의 경우 규제할 마땅한 법률이 없는 상태다.

유사수신 사기가 지능화하면서 심지어 현직 경찰들도 피해를 당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부산에서 대형 보험대리점 설계사를 사칭한 한 남성이 경찰 등 7명을 상대로 월 5% 이자를 지급하는 투자하는 상품으로 꾀여 20억원대의 유사수신 피해가 발생했다. 피의자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사수신행위가 가상화폐까지 손을 뻗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투자자의 부주의나 탐욕을 탓할 게 아니라 사건이 커지기 전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에 사건 초기 개입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정권차원에서 확실한 근절 의지를 천명해 검·경을 움직여야 한다 한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비트코인 거래소 고객센터가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