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탐정]엘시티, 불법대출 사건에서 정계 흔들 게이트로 비화

  • 등록 2016-12-08 오전 6:30:00

    수정 2016-12-08 오전 6:30:00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를 받는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지난달 12일 부산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부산 해운대 101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LCT)’는 비리로 얼룩진 사상누각이었다. 부정 대출 의혹으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정관계 로비 정황을 포착해 수사망을 확장하고 있다.

초호화 아파트이자 레지던스인 ‘엘시티’는 각종 규제 빗장을 풀고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수사 초기에 키를 잡은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조용한)는 불법 대출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7월 21일 엘시티PFV 등 엘시티 시행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려다가 실패했다. 검찰이 이 회장 거주지와 근무지를 찾지 못해서다.

수상하게 여긴 검찰은 지난 8월2일 법원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혐의로 이 회장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때부터 이 회장 휴대전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대포폰)와 차명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했다.

이 회장이 도주하면서 검찰의 행보도 바빠졌다. 지난 8월17일 엘시티에 거액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해준 BNK부산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다음 달 7일 설계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엘시티 설계회사 대표 손모씨를 구속했다.

일반 형사사건을 다루는 형사부에서 이 회장 등을 수사하긴 쉽지 않았다. 이 회장은 검찰이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지 두 달 넘게 잡히지 않았다. 검찰은 10월24일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특수부는 부산 동부지청에서 수사하던 검사 3명을 합류시켜 수사인력을 늘렸다.

특수부는 핵심 열쇠를 쥔 이 회장 검거에 집중했다. 검찰은 10월27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이 회장과 수행비서 장모씨 등을 공개 수배했다. 공개 수배한 지 약 2주 만인 지난달 10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연락한 이 회장은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이 회장은 붙잡힌 이튿날 부산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고 수감됐다.

이 회장이 잡히자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이 회장이 ‘청와대 비선 실세’로 구속 기소된 최순실(60)씨와 같은 계 모임 회원이란 사실도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잡힌 지 약 일주일 뒤 이 회장과 최씨 친목계주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틀 뒤에는 이 회장이 골프를 친 곳으로 알려진 골프장 7곳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증거물을 분석한 검찰은 정기룡(59) 전 부산시청 경제특보에 주목했다. 엘시티 주식회사 사장이던 정 전 특보는 2014년부터 부산시 경제특보로 입성했다. 정 전 특보는 엘시티 건설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이 부산시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정 전 특보는 지난달 18일 사표를 제출했다.

정 전 특보에 이어 거물급 인물이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검찰은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도주 중이던 이 회장과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이 회장이 현 전 수석에게 수표로 30억 원을 건넨 정황도 포착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30일 법원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현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로비 의혹을 받는 현직 국회의원도 처음 드러났다. 지난 3일 검찰은 부산 동래구 현직 국회의원인 이진복(59) 새누리당 의원의 계좌를 압수수색했다. 2002년 부산 동래구청장을 지낸 이 의원은 2008년부터 내리 3선을 한 중진 국회의원이다. 이 회장이 입을 열기도 전에 뒷돈을 받은 정·관계 인사가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정치권을 흔들 대규모 ‘엘시티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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