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박상우 에이티젠 대표 "진단과 치료 제공하는 바이오업체 만든다"

경제학 전공한 증권맨 출신…우연한 인연에 첫발
해외서 먼저 인정한 NK뷰키트…UCLA의대서 무상임상
국내 5대 수탁기관과 전략적 제휴…증설투자 나서
NK세포 배양으로 부작용 없는 항암치료제 개발중
  • 등록 2016-09-13 오전 6:50:00

    수정 2016-09-13 오전 6:50:00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바이오 벤처 에이티젠 주가는 지난해 10월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로 1년 동안 공모가 1만7000원 대비 163% 상승했다. 상장 당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위권밖에 머물던 에이티젠은 6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에이티젠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기술특례 상장제도 덕분에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에이티젠은 자연살해(NK)세포의 활동성을 측정하는 엔케이뷰키트(NK Vue Kit)를 개발했다. NK세포는 암세포와 바이러스를 인지해 직접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다. NK세포 활성도 수치로 암 발생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수치가 1000 이상이면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미다. 비싼 돈을 들여 추가로 암 검사를 받지 않아도 무방한 상태다. 반대로 수치가 200 미만이면 정밀한 검사를 통해 암·바이러스 감염 또는 면역력 저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도 NK뷰키트 검사 결과를 인정했다. 지난 7월1일부터 건강보험 선별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암 치료와 예후를 관찰하는 데 NK뷰키트를 사용하면 비용의 20%를 건강보험이 지원한다. 환자부담이 감소했기 때문에 검사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이티젠 성장 이끄는 박상우 대표

에이티젠은 삼성증권 출신의 박상우 대표가 2002년 1월14일에 설립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1996년 삼성증권에 입사했다. 학부생 시절 다양한 주식관련 책을 찾아 읽을 정도로 주식에 관심이 많았다. 꿈꾸던 증권사에 입사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증권맨의 일상은 재미가 없었다. 5년 만에 사표를 냈고 에이티젠을 창업했다. 우연히 알게 된 신약 개발 권위자의 권유가 시초가 됐다. 신약을 개발해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약 개발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박 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고 의과대학 교수를 찾아다니며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연구용 시약을 만들어 팔았는데 아이스박스에 넣어 외국에 보낼 정도로 미숙했다”며 “이제는 약 3500종의 재조합 단백질과 항체를 보유하고 전세계 연구소에 고품질의 연구용 시약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티젠이 연구용 시약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갈 무렵인 2009년 박 대표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진단키트 개발에 나선 박 대표는 NK세포에 주목했다. 그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은 현재 질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며 “질병이 발병할 확률을 낮추는 것이 면역력”이라고 판단했다. 또 “NK세포가 면역력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며 “NK세포를 활용한 진단키트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예상과 달리 의료계 반응은 냉담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앞세워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NK뷰키트의 효용성을 입증했지만 A 대학의 임상 결과를 B 대학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의료기관도 새로운 검사 방법을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박 대표는 “새로운 검사방법의 활용성에 대해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며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해 국내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진출 3년 만에 대규모 공급계약

박 대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해외 임상에 나섰다. 2014년 12월 캐나다에서 식약처(Health Canada) 승인을 받았다. 이듬해 7월 미국에서 식약처 허가를 대신할 수 있는 검사실자체개발검사(LDT)를 통과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의대에서 무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예산으로 임상시험을 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검진 현장에서 반응도 달라졌다. 올해 들어 대만과 인도네시아에서 최소물량 기준으로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박 대표는 “최근 인도네시아서 3879억원 규모의 대형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며 “국내 단일 의료기기 계약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러시아 베트남 태국 스웨덴 중국 등 다수 국가와 독점판매권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연말까지 추가로 2~3개 국가와 계약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병원과 건강검진 센터에서도 앞다퉈 NK뷰키트를 이용한 검사를 도입하고 있다. 에이티젠은 씨젠의료재단, 녹십자의료재단 등을 포함한 국내 대형 5대 수탁기관과 모두 전략적 영업 제휴를 맺었다. 박 대표는 “대략 300여의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었다”며 “대형 검진 센터와 영업 제휴를 맺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에이티젠은 지난 9일 삼광의료재단과 전략적 영업제휴를 체결했다. 1985년 3월에 설립한 삼광의료재단은 전국 의원·병원·대학병원·연구기관 등으로부터 임상검사를 의뢰받아 처리하는 대형 수탁기관이다. 3500여 곳의 병·의원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티젠은 빠르게 늘어날 수요에 대응하려고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을 세웠다. 최근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투자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주요 기관 투자가는 표면금리와 만기보장 수익률 0%에도 서로 투자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에이티젠의 성장성과 미래기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NK뷰키트를 활용한 사업 영역 확대

에이티젠은 NK뷰키트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건강검진과 암 진단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전용 키트, 세포치료제 등으로 개발 중이다. 암 진단시장은 데이터를 축적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그는 “대장암은 캐나다에서 임상에 성공해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고 나니 도입하는 의료기관이 늘었다”며 “내년까지 전립선암, 폐암,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등에 대한 해외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이티젠은 또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줄 건강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으로 건강식품을 출시한다. 관계사 엔케이맥스는 다양한 암에 대해 항암활성을 가지는 NK세포 대량 배양기술을 바탕으로 세포치료제시장에 진출했다. NK세포를 배양해 암환자에게 부작용 없이 투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에이티젠이 진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료수단까지 제공하는 바이오 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박 대표는 자신했다.

NK뷰키트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연관 사업에도 진출했다. 반려견용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의 시장규모는 2012년 기준 약 9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5조81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반려동물로 가장 인기가 많은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는 2012년 35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7.9%에 달했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는 데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동물 병원의 수도 매년 늘고 있다.

박 대표는 “개발 중인 진단키트를 통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의료비용이 나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기 반려동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올해 흑자 전환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건강 검진, 암 진단 등 NK뷰키트의 기존 영역을 넘어 연관 사업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우 에이티젠 대표는

박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삼성증권에 입사했다. 리서치팀에서 상장사 분석 업무를 맡아 다양한 산업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특히 제약과 바이오산업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를 쌓았다. 증권사에 입사한 지 5년 만에 그만두고 나와 2002년 에이티젠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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