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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86년 8월 25일. 경기 과천시 청계산 자락의 작은 마을이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올랐다. 1969년 경복궁 한구석을 빌려 문을 연 이후 1973년 덕수궁 석조전으로 다시 이전하며 셋방살이를 전전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이 비로소 제 건물을 갖게 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 이전 30주년을 기념해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전을 내년 2월 12일까지 과천관 전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 300여명의 소장품과 자료, 신작 등 560여점을 8개의 전시실과 중앙홀, 회랑 등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과천관 개관 이후 전시 하나를 위해 8개의 전시실을 모두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참고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7840여점으로 과천으로 신축이전한 후 30년간 수집한 작품은 전체 소장품의 74%에 해당하는 5834점이다.
전시작 560여점은 크게 3가지 주제로 나눠 배치했다. 1층의 ‘해석’, 2층의 ‘순환’, 3층의 ‘발견’이다. ‘해석’이란 주제 아래 전시한 작품들은 다시 ‘확장’과 ‘관계’로 분류해 서로 다른 분야의 작가와 기획자, 연구자가 협업을 통해 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과 이를 재해석한 작품 16쌍을 일대일로 배치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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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별도로 이불의 대형설치작 ‘취약할 의향’은 규모만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길고 높은 회랑 전체를 방염천과 투명필름으로 뒤덮고 있다.
‘순환’에서는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 변관식의 ‘농촌의 만추’, 박서보의 ‘원형질 1-62’ 등의 회화와 김세중의 조각 ‘토르소’를 비롯해 임숙재의 ‘동식물도안’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박서보의 ‘원형질 1-62’는 벽에 걸어두지 않고 전시공간 한가운데 세워놓아 관람객이 캔버스 뒷면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를 준비한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제작·유통·소장·활용·보존·소멸, 재탄생의 생명주기와 운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가운데 엄선해서 뽑아 놓은 만큼 작품마다 가진 의미와 예술성이 돋보인다. 하지만 지나치게 풍성하게 차린 잔칫상안 탓에 산만하고 현학적이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전시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1회 관람으로는 부족할 듯하다. 무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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