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브리핑]좁아진 운신의 폭

  • 등록 2012-08-03 오전 8:57:36

    수정 2012-08-03 오전 8:57:36

[이데일리 이재헌 기자] 유럽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만을 믿으라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그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지시각으로 2일 ECB 정책회의를 마친 후 드라기 총재는 유럽 국채시장에 대한 공개시장조작에 나설 수 있지만, 회원국의 요청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ECB의 도움을 받으려면 해당 국가가 얼마나 어려운지 스스로 밝혀야 하기 때문에 정책대응과 시장불안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방위로 유럽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설 줄 알았던 드라기 총재의 운신 폭이 매우 좁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간밤 위험자산의 가치는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92.18포인트(0.71%) 하락한 1만 2878.88로 장을 마감했다. 유럽의 주요국 증시는 2% 이상 급락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증시 하락폭은 5%에 달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1개월물 달러-원 차액결제선물 환(NDF)도 1138.50원을 기록해 전날보다 4.25원 상승했다(원화가치 하락).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도 이러한 움직임을 따라 상승할 전망이다. 환율은 결국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최근 두 달간의 박스권 1130~1160원을 맴돌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운신 폭도 좁아지게 됐다. 방향성이 없는 장세에서는 무리한 베팅을 해봐야 이익보다는 손실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거래량을 줄이는데 영향을 끼친다. 앞으로 거래량이 떨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

주목해야 할 사항은 주식시장과 연결된 외국인의 수급이다. 전날 환율은 시작부터 4원 이상 오르며 손절성 달러 매수가 나올 수 있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규모가 커 상승폭이 제한됐다. 이 같은 현상이 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노동부는 현지시각으로 2일,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8000건 증가한 36만5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7만건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의 고용지표는 부진과 개선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에서 오전 8시부터 금융위원회의 비상금융상황 회의가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7월 고용동향과 유럽연합(EU)의 6월 소매판매 등이 공개된다.

이재헌 기자 hone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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