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4th ECM]②“기회는 단 한번 완벽을 추구한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IPO부 이사
  • 등록 2011-08-18 오전 9:06:06

    수정 2011-08-18 오전 9:06:06

마켓in | 이 기사는 08월 18일 08시 3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기업공개(IPO) 기회는 단 한번 뿐이다. 우리는 최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 장맛비가 시원하게 내리던 날 만난 우리투자증권 IPO부 조광재 이사는 우리투자증권의 경쟁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이데일리 ECM리그테이블 관실적•인수실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과를 얻은 데는 기업공개(IPO) 부문의 영향이 컸다. 우투증권은 상반기 최대어인 한국우주항공산업(KAI)와 하이마트 주관사를 비롯해 13건의 IPO 주관ㆍ인수업무를 진행했다. 사실 이번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우투증권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의 IB하우스다. 올 3월 우투는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과 함께 한국거래소가 선정하는 우수주관사로 뽑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IPO주관실적이 5곳 이상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주관실적이나 상장 후 주가흐름, 심사승인율 등을 평가해 우수주관사를 선정했다.

◇ 솔직함이 제1원칙..딜 수행능력 강조
▲ 우리투자증권 IPO팀 조광재 이사
조 이사는 `처음`이라는 단어가 지닌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기업공개는 처음으로 회사를 시장에 소개하는 자리로서 발행사로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더욱이 기회는 단 한번뿐이다. 혹자는 IPO에 있어서 비즈니스 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90%, 딜 수행능력이 20~30%를 차지한다고 평가하지만 조광재 이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딜 수행능력을 훨씬 우위에 두고 있다. 조 이사는 “유상증자의 경우 주관사의 재량보다는 시장상황에 더 많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발행사와의 네트워크가 절대적이다. 반면 IPO는 인생에서 단 한번뿐이기 때문에 이 한번의 실수가 큰 흠집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딜 수행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에게 실사(due diligence)를 진행할 때 철저하게 발행사를 파악하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솔직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시장상황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면서 “때로는 공모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주관사가 솔직하지 못해 결국 발행사가 자금사용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상황이 좋지 못해 공모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모일정을 늦추거나 자금사용계획을 다시 짜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발행사 입장에서 훨씬 낫다는 얘기다. 지난 3년 동안 우리투자증권의 심사승인율은 90%에 이른다. 조광재 이사는 말한다. “IPO는 100번 성공해도 1번 실패하면 그 타격이 더 크다. 모든 딜에서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딜 수행능력만 뛰어나다고 IB강호의 칭호를 얻을 수는 없다. 우투는 그 동안 대어급 딜에 유독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지난 2분기 ECM주관실적의 1등 공신도 KAI와 하이마트였다. 하반기에 진행될 GS리테일, LG실트론 등 큼직큼직한 대기업 계열 IPO의 주관계약도 모두 우투가 꿰찼다. 조광재 이사는 “커버리지팀의 도움이 컸다”고 털어놓는다. 커버리지팀의 빠른 정보력을 토대로 영업을 하게 되면 흔히 말하는 헛발질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에는 크게 두 개의 커버리지그룹이 있고 그 안에 산업 섹터별로 4개 팀이 있다. 이들 팀은 해당기업에서 자금이 필요할 때 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기업금융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 계열사가 IPO를 추진할 경우 정보의 습득이 빠르다. 우투의 IPO팀은 커버리지그룹간의 내부공조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벤처캐피탈(VC)과의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했다. 조 이사는 “중소형 기업들의 경우 IPO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VC가 투자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눈여겨 보곤 한다”면서 “VC의 경우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을 중점적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들 가운데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VC와 따로 전략적 제휴관계(MOU)를 맺은 것은 아니다. 오랜 관계를 통해 탄탄한 신뢰를 쌓았던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에너지 소재부문이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태양광에너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잉곳이나 실리콘 등 소재부문을 담당하는 중소형기업들이 얻게 되는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코스닥 상장예심을 청구한 에스에프씨의 경우도 태양광 모듈 백시트(Back Sheet·후면판)를 생산하고 있다.

◇ “대표주관 시장 인식 개선 필요”

물론 IPO시장에서 소위 잘나가는 우리투자증권이지만 주관업무를 수행하면서 아쉬운 점들도 있다. 조광재 이사는 레퓨테이션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누가 얼마나 큰 기업의 IPO를 진행하느냐 보다 얼마나 제대로 진행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데 현재 IPO 주관업무는 아무 증권사나 해도 되는 것처럼 인식돼 있다”면서 “증권사들마다 차별화가 돼 있지 않다 보니 결국 수수료 싸움으로 이어지곤 한다”고 토로했다. 수수료가 낮아질수록 IPO 주관업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조 이사의 생각이다. 물론 국내 증권사들이 인수금융업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한 자본금 조건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500억원으로, 그야말로 최소한의 수준이다. 제도적으로 기준을 설정하기 쉽지 않겠지만 경쟁력 있는 증권사들이 IPO시장의 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인수단으로 들어간 증권사들의 계열 자산운용사들이 공모주 청약을 하지 못하는 제도의 한계점도 지적했다. “인수단들이 공모펀드를 활용해서 공모가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나중에 상장 이후 주가가 빠져서 손실보는 것이 더 클 수 있다”면서 “그렇다면 가격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고 공모펀드로 배정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이나 자산운용 업계에서 IPO인수단의 계열 자산운용사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잇따라 건의했지만 금융감독당국은 결국 참여를 제한하는 현 제도를 유지키로 했다. 공모 미달로 주관사가 물량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계열 자산운용사에 넘겨 펀드 투자자들이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조 이사는 “인수단 계열 운용사의 공모주 청약 제한은 IPO 수요확충을 저해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IPO시장의 ‘계륵’인 일반공모 배정 물량에 대해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 이사는 “일반투자자들은 가격결정에 책임이 없다보니 공모가 거품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개인투자자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시장의 형평성을 위해 개인투자자들을 아예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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