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아산모듈공장으로 안내하던 현대모비스(012330) 관계자의 말이다. 봄을 성큼 지나 어느덧 여름의 초입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온기(溫氣)의 바람이, 부푼 기대감과 함께 발걸음을 공장으로 인도했다.
아산공장은 전국에 있는 현대모비스 모듈 생산 공장 가운데 자동차 3대 핵심 부품인 `섀시 모듈`과 `운전석 모듈`, `프론트엔드 모듈`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다. 글로벌 모듈 생산업체의 사례를 둘러봐도 드문 경우다.
◇ "도요타 안 부럽다..JIT보다 효율적인 JIS"
공장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운전석 모듈`을 만드는 2개 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동화 장비인 AGV(자동운반차량) 4대가 바쁘게 움직이며 스티어링 컬럼, 와이어링 등 운전석 모듈 조립에 필요한 부품들을 나르고 있었다. 센서가 내장돼 사람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자동으로 멈추거나 움직인다.
운전하며 매일 보게 되는 운전석을 살펴보면 계기판, 카 오디오 시스템 등의 각종 부품들이 들어가 있다. 이들을 한 데 아울러 조립한 것이 운전석 모듈이다.
지난 2004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아산공장은 바로 이 모듈을 전력 생산하는 곳이다.
"현대모비스 모든 공장에서 통용되는 `직서열 생산 방식(JIS, Just In Sequence)`이 이곳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JIT(Just In Time)`보다도 효율적인 측면이 있죠" 인기정 아산모듈생산팀 과장의 말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 과장은 "JIS는 모듈을 공급받는 현대차와 동일한 서열 정보로 생산하는 방식"이라며 "이 정보를 그때그때 받아 동일한 시간대에 모듈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YF쏘나타 차종에 들어가는 모듈을 만들고 있다면, 그에 맞는 서열 정보가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즉, 완성차 생산 공정에 맞게 필요한 양만큼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도요타의 JIT는 시간대별로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기 때문에, 완성차 생산 과정에서 약간의 재고가 발생하게 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 같은 생산 방식의 장점과, 3대 모듈을 모두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공장이라는 점 때문에 세계 주요 업체들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 그랜저HG 인기에 물량 2~3개월분 적체..`바쁘다 바빠`
아산공장 내부는 질서정연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와 생산 라인을 분리해 어수선하지가 않다. 서열 정보대로 정확한 순서에 입각해 모듈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지며, 일처리는 그만큼 간결하면서도 `쉽고 간편하게` 이뤄지는 느낌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직원 복지를 위해 여러 측면에서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공정이 바쁘게 돌아가는 한쪽에서는 평온한 느낌을 가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른 곳곳에는 품질현황게시판을 설치, 고객의 클레임 발생 현황을 체크하고 있다. `1월 오디오 리턴 불량, 2월 글로브 박스 깨져` 등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 작은 흠이나 깨짐만 발생해도 부적합 판정을 내려 라인에서 제외시킨다. 실제 불량품 발생 빈도는 10만대당 1대꼴로 극히 일부다. "요즘 그랜저HG가 잘나가는 바람에 모듈 생산량이 주문량을 미처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수출 포함 2~3개월분의 물량이 적체된 상태예요"
인 과장의 말처럼, 그랜저HG는 지난달에만 총 1만989대가 팔렸다. 3개월 연속 1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한 동시에,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에 대형차로 월별 내수 판매량 1위에 오른 것. 이 때문에 최근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의 발걸음도 한층 바빠졌다.
모든 공정을 거쳐 완성된 각 모듈은 인근에 위치한 현대차 아산공장으로 바로바로 투입된다. 운전석 모듈은 7대, 프론트엔드 모듈은 5대의 파란색 대형 트럭에 적재돼 하루에만 각각 1000여대가 넘는 완성품이 현대차 아산 공장으로 보내진다. 불과 20여분만에 1대꼴로 트럭들이 바삐 출발한다. ◇ "품질이 곧 자부심..최선 다할 것"
"실질 품질 3년 안에 글로벌 톱 3, 인지 품질 5년 안에 글로벌 톱 5로" 공장 안에 붙은 파란색 슬로건 현수막이, 품질 강화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강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조성연 아산모듈공장장은 "품질에는 끝이 없다"고 강조한다.
조 공장장은 "당초 모듈 부문이 유럽에서 태동한 동기는 `제조 원가 절감`에 있었고, 우리도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며 "원가 절감은 곧 투자 확대로, 나아가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 경인 지역, 울산 지역 공장들과 품질 향상 아이디어 또는 실패 사례 등을 공유하는 `교류회`를 조직해 운영 중에 있다. 해외 포함 총 21개의 교류회가 있는 가운데, 화상 미팅 포함 연 20회의 미팅을 가진다.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 등 CEO(최고경영자)들도 연간 3~4회 이곳 공장을 찾아 독려에 나서고 있다. 그랜저HG 등 신차의 경우 특히 초기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쓰도록 주문한다는 것. 지난해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방문해 "만족할 때까지 품질 개선에 매진하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품질 향상에 우리 현대모비스가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노이즈 하나라도 적극 개선할 수 있도록 품질 향상에 힘을 기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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