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096770)는 지난 2분기에 S-Oil보다 약 2배 많은 12조109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5324억원이었다. S-Oil(010950)의 7076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SK에너지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5일 상반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수익성이 부진했던 이유를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SK에너지, 마진 적은 벙커C유 주력…`고도화 비율 낮아`
부가가치가 낮은 벙커C유가 SK에너지의 정유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에 S-Oil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제품(경유, 항공유, 나프타, 휘발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차이는 고도화 시설 규모에서 갈린다. 고도화설비는 값싼 벙커C유를 원료로 경유, 등유, 휘발유, 나프타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하는 초고가 설비다.
SK에너지의 고도화 비율은 14.5%로 4대 정유사 가운데 가장 낮은 반면에 S-Oil의 고도화 비율은 25.5%로 가장 높다.
이에 대해 김명곤 SK에너지 사장은 "지난 6월부터 하루 평균 6만배럴 규모의 고도화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해 SK에너지의 규모가 16만2000배럴로 확대됐다"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가 15만3000배럴이고, S-Oil이 14만5000배럴 수준이어서 절대적인 규모로는 SK에너지가 앞선다는 지적이다.
◇수출경기 좋은데 `정유시설 보수`로 발목 잡혀
2분기에 정유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이유는 고유가로 국내 수요가 줄었지만 경유·등유 등 신흥국 수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소재·산업팀 팀장은 "수출 수요가 증가하고, 환율이 올라 수출 제품 단가가 올랐다"며 "2분기 환율 상승 덕에 정유업체가 수출로 많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출이 정유사들의 주력 엔진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SK에너지는 2분기에 고도화 시설 정기 보수로 상대적으로 이같은 시류를 덜 탈 수 밖에 없었다는 점도 수익성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기 보수에 들어간 정유시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하루 평균 26만배럴을 정유할 수 있는 중대형 시설이었다.
◇사우디 계열인 S-Oil, 수입조건 더 유리해?
SK에너지가 수익성에서 열위에 설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원유 수입 가격.
일부에서는 대주주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업체인 아람코인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에너지의 한 고위 관계자도 "S-Oil이 원유를 실어올 때 한 달 전 가격으로 들여온다"며 S-Oil 최대주주가 사우디 아람코이기 때문에 "S-Oil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즉 올해 상반기처럼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유가를 하역월 기준으로 정하기 보다 선적월 기준으로 정하면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생겨 좀 더 싼 가격에 원유를 수입해올 수 있다는 것.
박대용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업체마다 계약마다 다르지만 유가 기준을 선적할 때로 하는지, 인도됐을 때로 하는지 협상할 여지가 있다"며 "유가 상승기에는 선적할 때를 기준으로 삼는 게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S-Oil측은 그러나 도입가격에 대해서는 설명을 달리한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4대 정유사의 원유 도입 평균단가가 SK에너지 101.26달러, S-Oil 101.14달러, 현대오일뱅크 99.54달러, GS칼텍스 99.51달러로 추정된다"며 "S-Oil이 오히려 높은 축에 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S-Oil은 사우디 국영 정유사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100% 원유를 들여오기 때문에 공급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효율적으로 수급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유리하지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공급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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