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과가 끝난 뒤 직장(증권선물거래소) 근처 여의도 공원에서 취미인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김인수씨. | |
너무 무리했다고? 아니다. 평범한 샐러리맨도 꼼꼼히 계획을 세우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김인수(33·증권선물거래소) 대리를 보면 증명된다. 미분양 아파트에서 ‘숨은 진주’를 찾은 김 대리의 내 집 마련 성공기를 따라가 보자.
지난 2004년, 부동산 시장에는 여기 저기서 “억(億), 억” 소리가 났다. 3월 서울 용산 씨티파크 청약에는 무려 7조원이 청약 증거금으로 몰릴 정도였다. 지방(전남 강진) 출신인 인수씨는 기(氣)가 죽었다. “회사 들어 온 지 1년밖에 안 돼 모은 돈도, 제대로 된 청약통장도 없고…. 도대체 어떻게 집을 살 수 있을까?” 그때부터 인수씨의 ‘인터넷 발품’은 시작됐다. 즐겨찾기에 각종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다 올려놓고 하루에 한 번씩 사이트를 쭉 훑었다. 6개월 열심히 클릭하니 나름대로 눈이 생겼다. “행정수도도 남쪽에 생기고, 분당도 남쪽에 있고…,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집을 사면 망하지는 않겠구나.” 그해 11월 말, 점심을 먹고 주택공사 홈페이지에 들렀던 김씨의 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는 ‘경기도 용인 보라지구 A아파트 미분양 선착순 모집, 입주 2007년 1월’이라는 광고가 떴다. “그래 이거야!” 주택공사에서 짓는 아파트를 공략대상 1호로 정했다. “일반 건설업체보다 평당 분양가가 많게는 200만원 정도 낮았거든요. 돈이 없는 제가 그나마도 넘볼 수 있는 유일한 아파트였습니다.” 지도를 봤다. 경부고속도로 옆, 길 건너서는 신갈저수지가 있었다. 원하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조건도 좋았다. 일반 분양과 달리 미분양에 대해서는 계약자가 가장 좋은 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청약통장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집을 팔고 나면 다시 1순위가 된다. 더군다나 비슷한 위치의 동탄신도시의 경우 당시 평당 700만원대에 분양을 하고 있었지만, 이곳은 평당 600만원 선.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저희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여요. 얼마나 뿌듯하다고요. 만삭인 제 아내도 ‘오빠 완공되면 저기 살고 싶다’고 항상 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