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달러화 강세, 독인가 약인가

  • 등록 2001-07-09 오전 9:46:44

    수정 2001-07-09 오전 9:46:44

[edaily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이상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그 배경과 전망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주말을 앞둔 6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126엔에 육박, 일본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연초의 114엔과 비교해 10.5% 올랐다. 유로/달러는 94센트에서 84센트로 하락해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역시 10.6%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의 이 같은 강세 행진과 관련된 논쟁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달러 강세가 미 경제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까지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지금처럼 강세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 경제 회복과 달러 강세 미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8일 달러 강세가 미 경제의 빠른 회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들어 6차례에 걸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가치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아 제조업체들의 타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달러화 강세로 수입물가는 오히려 낮게 유지되고 있어 소비 부문엔 오히려 활력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타 부분에 비해 침체 상태가 심각한 제조업 부문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어 성장 둔화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듀퐁, 3M, 코카콜라, 나이키 등 미 유수기업들이 수익악화 전망을 내놓을 때 첫번째 원인으로 달러화 강세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위성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마그넷 제조업체인 일렉트론 에너지는 달러화 강세로 인해 독일과 프랑스에서의 매출이 30%나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세계적 경기둔화 현상과 결부된 달러화 강세가 미 경제회복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제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세금감면이 달러화 강세로 인한 제조업 위축을 상쇄하고도 남는, 더 강력한 경제회복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달러화 강세 언제까지 현재로선 달러화 강세 행진이 중단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ABN암로은행의 외환분석가인 토니 노필드는 “단기간내 달러화의 움직임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며 향후 12개월동안 유로/달러가 75센트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 경제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유연하고 회복력이 높다는 이른바 ‘구조적 요인’이 달러화를 장기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 미 연준이 올들어 금리를 275bp나 인하한 것도 전통적인 경제이론과는 달리 달러화 약세로 이어지기 보다는 미 경제회복을 위한 연준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음으로써 달러화 강세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라는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행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미 경제의 성장 둔화가 지속될 경우 달러화가 지금처럼 강세를 이어가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않다. 무엇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약 44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에 이르고 있다.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호가 감소하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도이체 방크의 분석가 폴 메기에시는 4월들어 미국 채권에 대한 순수 외국인투자가 40%나 줄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수익이 회복 징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 증가를 기대할 순 없다는 것이다. 경제 회복 역시 반드시 달러화 강세 지속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8일 외환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미 경제가 일단 회복기로 접어들어 경제 상승분이 달러화 표시 자산가치에 완전히 반영된 이후엔 외국인 투자자들이 90년대 말처럼 달러화표시 자산 매입에 열을 올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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