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올들어 유가가 10년간 최고치 수준에서 꺾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에너지 관련 업종 주가가 낮은 것은 성장성이 별로일 뿐 아니라 가격 변동에 너무 많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지난 주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엑손 모빌의 주가는 올들어 겨우 3.6% 올랐다. 로열 더치 페트롤리움도 3.4% 상승했을 뿐이다. 셰브론과 BP 아모코는 각각 0.7%, 4.6% 하락했다. 그러나 유가는 30%가 상승, 배럴당 32달러까지 치솟았고, 천연가스 가격은 백만 BTU당 4.50달러로 2배가 됐다.
S&P 500 기업중 가장 높은 순이익 성장률을 보여준 오일 주식들의 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S&P 500에 포함된 22개 오일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은 작년과 비교해 146% 증가했다. 3분기 순이익 증가율도 7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퍼스트 콜의 전문가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에 100%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메이저 오일회사들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오일 분석가인 더글러스 테레슨은 엑손 모빌과 셰브론의 추천등급을 시장 평균수익률 상회에서 적극 매수로 높인 뒤 목표 주가도 각각 90달러, 95달러로 높였다. 18일 종가는 각각 83달러, 86달러였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들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낮은 주가와 순이익 증가 때문에 오일 기업들의 순이익 대비 주가비율(PER)은 다른 업종보다 낮다. 셰브론의 PER는 13으로 S&P 500의 평균인 25의 52%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주가가 낮은 것은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대형 오일 회사라고 하더라도 순이익 및 매출 증가율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캐터필러, 제너럴 모터스, 인터내셔널 페이퍼, 다우 케미컬 등은 그들의 순이익이 정점에 달했을 때와 비교해 주가가 10배 이상 되지 않는다. 따라서 오일 기업만 더 높은 PER를 유지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레그 메이슨의 빌 밀러는 그 이유로 급등락이 심한 순이익과 인플레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상품가격 때문이라고 말한다. 페인웨버의 주식 투자전략가인 에드 커쉬너는 오일이나 원재료 기업의 주식이 PER가 낮은 이유를 설명하는 모델을 만든 적이 있다. 바로 경기를 타는 순이익 구조와 낮은 순이익 성장률 때문이라는 것이다. 커쉬너는 메이저 오일 기업들의 순이익은 연간 5%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 모델에 따르면 엑손 모빌의 주가는 80달러, 셰브론은 75달러, 로열 더치는 40달러, 텍사코는 62달러가 되어야 한다. 모델 주가가 18일 종가보다 높은 기업은 텍사코가 유일하다. 따라서 이들 기업 주가는 모델에 따른다면 더 떨어져야 하는 셈이다.
오일 기업들은 올해에 엄청난 순이익 증가율을 보여줬지만 지난 20년간 한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여줬다. 그것도 5%가 안됐다. 셰브론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매출은 16% 증가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이들 기업이 순이익을 올린 이유는 대부분 비용 절감 덕분이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애널리스트인 폴 팅은 지난 1980년대 후반의 셰브론과 1990년대의 BP 주가가 한 때 상승했던 시기는 적극적인 비용절감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팅은 엑손 모빌과 로열 더치, BP가 앞으로 몇 년간 생산량을 3~6%씩 늘린다는 계획을 잡고 있는데 이것은 너무 의욕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석유 발굴 비용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량이 늘지 않기 때문에 오일 기업들은 고유가와 비용절감을 통해서만 순이익을 낼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고속 성장할 수 없는 근거다.
그리고 오일 기업의 주가가 낮은 또 하나 원인은 풍부한 현금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식을 되사들일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엑손 모빌이 앞으로 3~4년간 250~300억 달러를 들여 자사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은 엑손 모빌 시가총액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따라서 크게 오를 가능
성도 별로 없다는 것.
물론 메이저 오일 기업들의 현 주가가 비싸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싸다고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