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쏠림에 제2의 영양군 많이 생길 것”
22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과자 꾸러미를 선보이며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 중 하나로 기존 제품에 지역 특산물을 연계한 제품 개발을 적극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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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고 차관이 경남 남해군을 방문했을 때 ‘빼빼로’와 남해 유자의 콜라보 제품을 접하고, 지역과 기업이 협업하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직접 추진하게 된 것이다.
고 차관은 “전국을 돌면서 만난 자치단체장 중 한 분이 ‘인구가 적다고 해서 꿈도 작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그때 지자체의 꿈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역과 연계한 과자를 만드는 것에 공감이 갔다. 영양군은 ‘영양 좋은 영양 고추’를 내세워 라면기업을 연결시켜줄까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고 차관은 지난 5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해 경북 영양군을 다녀왔다. 영양군의 인구는 8월 기준 약 1만5400여명으로 경북 울릉군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이다. 면적은 815.8㎢로, 서울시(605.21㎢)보다 훨씬 크지만 가동 중인 신호등이 3곳이고 응급실이 있는 병원도 1곳뿐일 정도로 생활 기반시설도 열악한 실정이다.
이같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운동장을 넓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고 차관의 지론이다. 지방의 여건을 개선하고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는 것이 지방소멸 대응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 이전 기업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청년들이 지역 정주와 정착을 돕기 위해 청년마을도 조성하고 있다.
또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영하고 있고 지역에 점차 늘어나는 빈집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 중이다.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미활용 폐교를 지자체에 무상으로 양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시지역 학생의 농촌 유학 활성화를 위해 유학 희망자가 거주지 외 인접한 읍·면에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맞춤형 규제 특례도 확대하고 있다
통신에 카드활용까지…생활인구 통계 고도화
행안부는 정주인구 외에 관광이나 통근·통학 등으로 지역에 체류하고 소비활동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지역 활력에 도움을 주는 ‘생활인구’ 개념도 작년부터 도입했다. 지난 7월에 89개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2024년도 1분기 생활인구 산정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앞으로 분기마다 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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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차관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생활인구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통교부세 산정시 생활인구에 대한 수요 반영을 검토 중에 있고 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이나 심사 등에서도 생활인구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생활인구 분석 결과를 민간에도 개방해 창업이나 신산업 육성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활인구 확대와 함께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는 “정부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2022년에 제정하고 인구감소지역에 ‘공공임대주택 우선공급’, ‘국·공립 어린이집 우선 설치’ 등 36개의 특례를 부여했다”면서 “앞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특례 발굴을 위해 관계부처 및 인구감소지역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역 활성화에 있어 관광이 중요한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 중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달 개최될 회의에서는 ‘지역관광 활력 제고’, ‘외래관광객 유치 활성화’, ‘관광산업 혁신’ 등의 과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고 차관은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 활성화와 지역의 관광 활성화가 긴밀히 연계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등과 지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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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신설될 인구전략기획부에 거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고 차관은 “인구전략기획부가 인구소멸과 관련해 전반적인 부분을 장려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여성들이 지방에 정착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인구감소 뿐 아니라 지역소멸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