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현지에서 가상자산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놀랐던 것은 가상자산을 보는 시각이 우리와 전혀 다르다를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코인, 가상자산을 투자의 수단으로 받아들이지만, 유럽 현지에서 가상자산은 ‘산업 솔루션’ 중 하나에 가까웠다. 아마도 이 때문에 유럽연합(EU)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가상자산법인 ‘미카’(MiCA·Market in Crypto Asset Regulation)를 만들고 시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상자산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보니 이에 대한 대응도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럽은 가상자산의 산업적 역량에 주목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규제를 만들고자 합의했다. 유럽 일각에서도 가상자산이 투기나 사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물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을 토대로 위조와 사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기능에 집중했다고 한다.
유럽은 미카 제정으로 한 발 앞설 수 있다며 흥분한 분위기다. 실제로 여러 산업에 가상자산을 적용하기 위한 맵핑(Mapping) 작업에 돌입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과학 지식을 축적하고 선진 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야말로 유럽이 가상자산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법이 시행됐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갈 길이 멀다. 7월 시행된 법은 이용자보호법으로,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전히 투기 수단으로만 자리를 잡고 있다. 가상자산의 역할이 이렇다 보니 ‘잡코인’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부작용도 잇따른다.
이용자보호법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가상자산 시장을 투기 시장이라는 오명 아래 둘 수만은 없다. 유럽에서 만난 현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던 ‘미카가 가상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건전한 시장을 활성화했다’는 말에서 우리가 갈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