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운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수출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연 경제연구실장은 3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판단’이라는 보고서에서 “3분기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 수출이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며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약화되고 수출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상저하저(上低下低),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출은 하반기 반등이 기대됐던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8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동월비 8.4% 감소해 11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대중 수출은 19.9% 감소, 1년 3개월째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20.6% 감소, 감소폭이 줄긴 했으나 1년 1개월째 감소세다.
수출이 살아나려면 미국과 중국 경기가 중요하다. 그런데 현대연은 미중 경기 회복세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주 실장은 “미국은 2분기 전기비 2.1% 성장하고 7월 물가가 전년동월비 3.2%로 빠르게 하락해 실물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물가 하락세가 에너지 가격 안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최근 경제지표 호조세가 골디락스의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향후 민간 부문에서 고금리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 지가 경기 진폭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침체 등 성장 동력이 상실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대중 수출의 선행지표가 될 수 있는데 중국 7월 수출은 전년동월비 14.5% 감소,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17.2%)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 (그래픽=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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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이 중요하긴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량이 소비인 만큼 소비가 받쳐주면 좋겠지만 고물가, 고금리로 실질 구매력이 약화졌다는 평가다. 주 실장은 “고물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가계가 ‘인플레이션 착시’를 인식하고 실질 가처분소득에 맞춰 소비를 하려는 동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데다 가계의 실질가처분 소득이 4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 실장은 “수출이 빠르게 개선되고 동시에 내수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면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동반될 경우를 가정한 ‘U자형’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작년 하반기 경기가 부진한 영향에 기저효과로 올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아질수는 있지만 가계,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표만 오를 뿐,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은 아닐 것이란 평가다.
주 실장은 “향후 수출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비가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확실한 경기 저점이 나타나지 않아 본격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L자형 침체’ 시나리오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출 약화를 보완할 수 있는 소비의 경기 안전판 기능을 확보하고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