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에 도전하는 다윗들…6·1 지방선거

광주시장 도전한 국민의힘 주기환 후보
혐평군수 나온 국민의힘 김유성 후보
홍준표 맞선 민주당 서재헌 대구시장 후보
달성군수 나온 민주당 전유진 후보
경북도지사 도전하는 민주당 임미애 후보
  • 등록 2022-05-28 오전 11:30:00

    수정 2022-05-28 오전 11:30:00

[이데일리 김유성 김보겸 배진솔 기자] 이번 지방선거는 2324개 선거구에서 총 7616명이 등록했다. 선출 정수는 4132명이다. 경쟁률로 따지면 1.8대 1로 2014년 당시 2.3대 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는 극심한 양당 대결이 이어지면서 지지세가 불리한 지역의 정당 소속 출마자가 줄었다고 보고 있다. 당선 확률이 낮은 지역에 출마해 ‘지는 싸움’을 하려는 후보 숫자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뜻도 된다.

누구나 말리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나와 분전하는 후보들이 있다. 거대한 지역주의 벽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다.

이데일리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홀로 분전하는 후보들을 만났다. 이들은 중앙당의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1980년 5·18의 아픔을 가진 광주

호남 지역에서도 광주·전남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출신지이면서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두환 정권에 항거해 일어났던 1980년 5월 민주화 운동은 지금껏 광주·전남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가 5·18 성지를 찾고 과거사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1980년은 광주시민들의 기억 속 상처로 남아있다.

이런 까닭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도전을 한 후보가 있다. 주기환 국민의힘 후보다. 그는 국민의힘을 뜻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광주 출근 거리 시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보수당 소속 광주시장 후보였다.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가 ‘빨간 잠바’를 입고 출근길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주기환 선거캠프)
그는 “손도 흔들어주고, 경적으로 호응해 주시더라”고 말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보수당 시장 후보에 호기심을 보인 이도 있었다.

그래도 상처는 상처다. 보수당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은 여전했다. 현수막 훼손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19일 전남대 후문에 걸린 주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새벽차를 타고 내려와 현수막 복구를 도왔다. 이 대표는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악당”이라고 훼손자를 지칭하기도 했다.

20일 광주 전남대 후문에 걸린 주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되어 다시 걸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
주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근무할 때 그는 수사관이었다. 2년을 함께 하면서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훗날 국민의힘 후보로 선거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주 후보는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시민들과 함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년간 광주에서 시민으로 살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광주는 인권과 정의, 정치의 도시였지만 이제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살 맛나는 선진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서진 반갑다...그러나

이번 지방 선거에서 국민의힘 전남도당은 기초단체장 후보로 △여수시장 신용운 △함평군수 김유성 △진도군수 김정연 △영암군수 임대현 정도만 냈다. 민주당 전남도당이 22명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김유성 국민의힘 함평군수 후보 (사진=김유성 기자)
김유성 국민의힘 함평군수 후보는 지난 3월 어려운 선택을 했다. 국민의힘 후보로 함평군수 선거로 나간 것. 지난 2월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지 한달여만이다. 지역정치 타파가 명분이었다.

인구 3만이 안되는 함평군도 보수당 후보에 대한 반감은 있었다. 그의 눈 앞에서 명함을 찢는 사람도 있었다.

그나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호남 방문을 수 차례 하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 지역 민심이 전보다 나아졌다. 그는 “예전보다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정치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봤다. 민주당 지역내 1당으로 수십년 독주를 하면서 지역도 정체가 됐다고 봤다.

그는 “흰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나”라면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상관없이 누가 되든 함평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마했다”고 말했다.

김유성 함평군수 후보 선거사무소 일부. 왼쪽 사진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함평군을 방문했을 때 동행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김유성 기자)
그러나 여전히 민주당이나 민주당 후보와 비교하면 열세다. 조직력에서도, 인지도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밀린다. 그는 “중앙당에서 중진급 국회의원이 내려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정한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은 여기...대구

대선 후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0.7%포인트 간발의 차이로 졌던 이재명 후보가 계양을 재보궐 선거에서 무명이었던 윤형선 후보에 고전하고 있다. 압도적 승리를 자신했던 이 후보는 선거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대선주자였던 홍준표 후보가 출마한 대구 시장 선거는 어떨까?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석패했던 홍준표 후보는 여전한 지지율과 위세를 자랑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골리앗이라면 서재헌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푸른색 잠바를 입은 다윗이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서재헌 후보 제공)
지역도 만만치 않은 험지 중의 험지. 1995년 1회 지방선거부터 대구지역 기초단체장(구청장·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을 단 후보는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일방적 응원을 받는 골리앗(홍준표)의 고향이 대구인 셈이다.

사실 서 후보는 달성 서 씨로 대구에서 나고 대구에서 자란 토박이다. 친척과 이웃들에게는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서 후보가 별종인 셈이다.

유세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파란 점퍼에 파란 피켓을 든 그에게 종종 어머님들이 다가와 “여서(여기서) 하지말고 느그(너희) 고향으로 가라”고 말한다. 그러면 서 후보는 “여가(여기가) 제 고향입니다, 제가 어데로 갑니까?”라고 웃어 보인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대구 시장 후보 (사진=서재헌 후보 제공)
서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의 차별점으로 ‘40대의 젊고 역동성 있는 청년 대구시민’을 내세웠다. 그는 “대구 경제가 28년 동안 케어받지 못했다. 대구를 과거 대한민국의 3대 도시로 회복되게 할 것”이라며 “케어(Care)·커넥트(Connect)·클러스터(Cluster)의 3C 전략을 활용해 대구를 돌보고, 연결하고, 정보 집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달성군의 파란색 워킹맘, 박근혜 정치적 고향에 출사표

앞서 언급했다시피 대구시민들은 민주당 기초단체장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군이라면 더더욱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곳에 ‘군수 후보’로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네 아이를 둔 다둥이 워킹맘 전유진 민주당 후보다.

전유진 더불어민주당 달성군수 후보 (전유진 후보 페이스북)
어찌보면 평범한 지역 여성이었던 전 후보는 아동들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정치와 연이 닿았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 중 하나가 입법이고 그 속에 정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그는 20대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유세 활동은 어떨까. 최초 여성 대통령 배출한 곳답게 여성인 그에 대한 달성군민들의 호감도는 높았다. 그는 “명함을 주며 이야기를 나눠보면 훨씬 깨어 있는 군민들이 많이 있다”면서 “보수의 중심이라기보다는 개혁적이고 개방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방 특색이 있어 이곳 지역 민심을 주도하는 정당의 눈치를 자영업자들이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래서 대화와 표심이 다르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막연한 반감도 많이 사라졌다. 선거운동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하루에 1~2명 정도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희석됐다고 전 후보는 전했다.

전유진 더불어민주당 달성군수 후보가 지역민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전유진 후보 페이스북)
민주당 중앙당에 대한 제언도 했다. 지역에서 어렵게 성장한 지역 정치인들을 꼭 눈여겨봐달라는 당부였다. 전 후보는 “낙선을 각오하고 과감히 자신을 내던지는 후보들은 여전히 많다”면서 “이 후보자들이 바로 민주당이 지켜주고 키워야 할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성장한 정치인, 경북지사에 도전

17개 광역단체장 중 존재감이 가장 드러나지 않는 곳을 꼽으라면 어디일까. 달리 말하면 논란이 적은 지역이다. 정치권에서는 경북도지사를 꼽는다. 서울과 경기는 수도권이라서, 대구와 광주는 각각 영남과 호남의 정치 중심지다. 경남지사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데 경북도지사는 달랐다. 전국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이변이 별로 없었다. 줄곧 보수당 후보들이 3선까지 했다.

2006년 경북 의성으로 귀농해 군의원과 도의원 활동을 했던 임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경북도지사 선거에 없었던 파란’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당초 의성군수 선거를 염두에 뒀던 그는 중앙당의 공천을 받고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지사 후보 (임미애 후보 페이스북)
이는 바뀐 지역정치와 맞물려 있다.지역에서 자라고 성장한 지역 정치인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정서다.

임 후보는 “다행인 점은 중앙당에서 지방자치를 통해 성장한 인물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면서 “지역 정치인을 통해 경북 민주당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와중에 (본인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현직 도지사와의 직접 대결에 임하는 그의 각오는 어떨까? 임 후보는 “선거를 하면서 몇 % 얻겠다는 생각으로 선거를 뛰어 본적은 업사”면서 “얻는 만큼 이기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거리 유세에 나선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지사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임미애 후보 페이스북)
임 후보 또한 민주당 중앙당 지도부에 대한 제언을 잊지 않았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지방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제언이다.

그는 “지방은 (중앙의)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면서 ”여의도를 벗어나 국민의삶 전체를 보듬어주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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