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더 크기 전에 찜하자’…불붙은 프리IPO 투자 경쟁

뜨거운 공모주 시장에 사전투자 열기 후끈
크래프톤 투자 FI들 상장 개시에 함박웃음
카카오뱅크·올리브영 프리IPO 경쟁 치열
"빅히트 이후 걷힌 공모주 거품 유의해야"
  • 등록 2020-10-30 오전 1:40:00

    수정 2020-10-30 오전 1:4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좋은 기회에 싸게 사들인 덕에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내년도 기업공개(IPO) ‘최대어(漁)’로 꼽히는 크래프톤 구주를 세컨더리(다른 PEF나 운용사가 보유하고 있던 매물을 되사는 것) 형태로 사들인 한 기관 관계자는 최근 장외시장에 몸값이 치솟고 있는 크래프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 연초 매입 이후 이달까지 보유한 지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3배 넘게 오른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SK바이오팜(326030)카카오게임즈(293490), 빅히트(352820) 상장으로 공모주에 대한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크래프톤으로)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떡잎부터 다르다’…공모 기대주 지분 확보 경쟁 치열

공모주 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유망 회사의 지분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치열해지고 있다. 향후 2년 내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프리IPO(Pre IPO·상장 전 지분 매각)에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이 잇달아 참여하면서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업계 평가는 물론 대중의 관심까지 사로잡은 공모주들이 기대이상의 성적표를 기록한 상황에서 ‘포스트 IPO 대어’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빅히트 상장 이후 공모주 열기가 차츰 빠지기 시작하는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내년도 상장이 유력한 크래프톤은 대표 주관사에 미래에셋대우, 공동주관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증권, NH투자증권(005940) 등을 선정하며 상장 준비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 5137억원으로 연간 영업익 1조원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3년 전 상장한 넷마블(251270)은 물론 국내 게임기업 IPO 흥행 기록마저 새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초만 해도 크래프톤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당시 크래프톤 프리IPO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한 주당 50만원 안팎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펀드 만기를 앞둔 FI(재무적투자자)가 내놓은 구주 물량도 50만~60만원 수준에 손바뀜이 일어나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언택트(비대면)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여세를 몰아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공모주 광풍이 불면서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9일 기준 크래프톤 주가는 전날보다 0.94% 오른 161만원으로 산술적으로 투자 대비 3배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사전 투자에 우르르…“걷히는 거품 유의해야”

떡잎이 남다른 회사 지분을 확보하려는 자본시장의 움직임도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오는 2022년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CJ올리브영의 프리IPO에는 다수의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몰리면서 인기를 실감했다. 이어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글랜우드 PE 등 국내 굴지의 PEF 운용사가 선정되면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PEF의 투자 참여도 가속화하고 있다. 연내 입찰제안서를 발송하고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인 카카오뱅크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총 7500억원의 보통주 유상증자 추진에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캐피탈’(TPG)을 새 주주로 맞았다. 카카오뱅크는 TPG캐피탈에 1064만주를 배정했다. 금액으로는 2500억원 규모다.

시장에서는 공모 유망주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높은 수익을 거두는 ‘공모주 이팩트’(Effect·효과)가 프리IPO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전망은 물론 대중의 관심까지 높은 선호주들은 ‘투자’가 아닌 ‘확신’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거품이 걷히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일반 청약에서 606.97대 1의 경쟁률로 화려하게 입성한 빅히트는 이날 0.95% 내린 15만 7000원에 마감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상장 첫 날 ‘따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가격인 31만5000원과 비교해 여전히 절반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FI들이 사전 지분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개인투자자들이 청약만 하면 상장과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과 유사하다”면서도 “공모주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투자했다가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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