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전용 84㎡) 아파트에서 이달 들어 성사된 전월세 계약 3건 중 2건이 반전세 계약이다. 힐스테이트1단지의 ‘반전세’ 바람은 지난달부터 본격 시작했다. 7월 이뤄진 전세계약 2건 모두 반전세 계약으로, 전세 계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6월까지만 해도 전·월세계약 중 대부분은 전세계약이었으나 불과 한 달만에 전세 시장이 개편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월 이뤄진 전·월세 계약 6건 모두 전세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권의 한 부동산중계사무소 앞에 ‘전월세’를 구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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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강남권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저금리와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 대신 반전세·월세로 집을 내놓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심지어 반전세 매물조차 몸값이 높아지면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반전세란 전세에 가까운 월세를 뜻하는데,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일원동 수서아파트는 8월 들어 반전세 계약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전용 59㎡ 전세 계약 중 반전세 계약은 2건(보증금 2억 1500만원·월세 75만원)으로, 전세 계약 1건(5억 6000만원)을 추월했다. 지난 6~7월까지만 해도 반전세 계약은 단 한 건도 없었으나 8월 들어 2건의 계약이 체결된 셈이다. 앞서 6~7월 수서아파트(전용59㎡)는 6건의 전세계약이 성사했다.
반전세 비중이 커지는 이유로는 저금리 외에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및 임대차 3법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 보유세, 양도세 등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세금 인상분을 충당하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은 반전세 추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가와 전월세상한제와 주택 임대차 의무계약기간이 현행 2년에서 4년까지로 늘어나고 임대료 인상률 역시 5%로 묶이면서 임대인의 전세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서울부동산광장(14일 기준)에 따르면 8월 이뤄진 전세계약 중 반전세 비중은 12.3%를 기록했다. 2252건의 전세계약 중 278건이 반전세 계약이다. 지난 5월 10.2%에 불과했던 반전세 비중은 6월과 7월 각각 9.5%, 9.8%로 소폭 하락했지만 8월 들어 12%를 넘었다.
반전세 비중이 커지면서 반전세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반전세 가격 지수는 전달보다 0.24% 오른 100.5를 기록했다.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시장이 반전세·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증세 기조가 지속되고 저금리에 임대차법 등의 영향을 받아 집주인들이 앞으로도 전세 매물이 아닌 반전세 등의 월세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