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집권여당을 비판하는 진중권조차 이번 사안에는 신중하다. 그는 페이스북에 “볼턴 애기 갖고는 대통령 까지 마세요. 그놈 전쟁광입니다”라고 적었다. 지금 통합당 시계는 몇 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냉전 언저리를 기웃거리고, 안보를 팔아 재미 봤던 과거 습속이 남아 있다. ‘안보 참사’라는 통합당 비판에 수긍할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시계를 3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정부 출범 직전 북미 관계는 험악했다. 말 폭탄이 오갔고 전쟁을 예상하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급기야 북한은 6차 핵실험(2018년 9월)과 함께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화염과 분노 사이에서 한반도는 시계 제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한 것은 이때부터다. 대화를 통한 비핵화와 공존번영이 목표였다.
미국 행정부는 현안마다 엇박자를 냈다. 비핵화와 관련해선 강경한 자신들 입장만 고집했다. 반면 북한 제재 완화는 공조를 주장하며 발목을 잡았다. 결국 제제는 풀지 않으면서 비핵화만 고집한 결과가 하노이 노딜로 귀결됐다. 추후 알려졌듯이 하노이 노딜은 의도됐다. 중심에는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 매파들이 있다.
정욱식은 ‘한반도의 길’이라는 책에서 소상히 밝혔다. “협상을 불발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내민 노딜 문서가 그랬다. 핵뿐만 아니라 생물·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그리고 이중용도 프로그램까지 모두 포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것도 회담 당일 오전에 전달됐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에다 검토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의도된 판 뒤엎기였던 셈이다.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굳이 따지자면 볼턴을 비롯한 매파들에게 있다. 통합당이 주장하듯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한 야바위 도박판”과는 거리가 멀다. 통합당은 판문점선언, 남북군사합의서 와중에서 줄곧 딴죽을 걸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으니 무책임하며 공허하다. 통합당 주장대로라면 아무런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정착 노력을 발목 잡은 통합당 행태가 오히려 비판 대상이다.
남북문제는 여야를 떠나야 한다. 통합당이 취하는 스탠스는 냉전구도를 지속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려는 미국 군산복합체, 매파와 다를 게 없다. 설마, 통합당이 의도하는 게 남북긴장과 전쟁은 아니라고 믿는다. 오늘이 6.25전쟁 70주년이다. 참혹했던 그날을 되풀이 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