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5년내 4000억원 시장 열린다"

박정진 카브루 대표이사·한국수제맥주협회장 인터뷰
2015년 진주햄 인수 이후 생산량 5배 가까이 늘어
종량세 도입으로 수제맥주 B2C 중요성 커져
"2024년 시장점유율 24% 달성할 것…IPO 추진도 계획"
  • 등록 2020-03-18 오전 6:30:00

    수정 2020-03-18 오전 6:30:00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52년 만에 맥주 종량세가 시행되면서 국산 수제맥주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종량세로 저렴해진 가격에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국산 수제맥주가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수제맥주가 맥주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세대 수제맥주 양조장 카브루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설비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1세대 수제맥주 업체인 카브루는 5년 전 진주햄에 인수된 후 생산량은 5배, 인력은 4배 늘었다. 이를 주도한 박정진 카브루·진주햄 대표이사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브루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 카브루 브루펍에서 박정진 카브루 대표이사를 만나 카브루와 수제맥주 업계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2000년 설립된 카브루는 국내 수제맥주업계의 대표 격인 회사다. 국내에서 수제맥주 붐은 2010년대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시작됐다. 이 당시 수제맥주 전문 펍에 공급되던 맥주 대부분이 카브루 생산품이었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시장 자체가 작은 탓에 카브루의 규모는 동네 양조장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2015년 어육 소시지 ‘천하장사’로 유명한 진주햄이 카브루를 인수했다.

박 대표는 고 박재복 진주햄 선대 회장의 아들로 동생인 박경진 부사장과 함께 진주햄도 이끌고 있다. 올해부턴 한국수제맥주협회장도 맡고 있다.

어육소시지와 수제맥주.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은 카브루를 동네 양조장에서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진주햄에 인수 이후 지난 5년 간 카브루 생산량은 5배 가까이 늘었다. 15명이 전부이던 직원도 4배 이상 늘었다.

박 대표는 “식품 생산 노하우를 카브루에 적용해 업계 최초로 HACCP 인증을 취득하고 전국 단위 콜드체인 물류망을 구축했다”며 “카브루가 매출 규모 면에서 업계 1위를 다투면서도 견조한 이익구조를 갖춘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진 카브루·진주햄 대표이사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맥주 종량세 도입 이후 수제 맥주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종량세의 본질을 가격이 아닌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토대의 마련으로 봤다. (사진=이영훈 기자)
무엇보다 큰 결실은 소매점 진출이었다. 진주햄이 갖고 있는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난해 GS25를 비롯한 편의점과 마트 등에 진출했다.

카브루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진출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수제맥주 시장은 유흥시장을 중심으로 연평균 40% 가까이 고성장 중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0%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소매시장에서의 가파른 성장이 눈에 띄었다.

박 대표는 “편의점에서 산 맥주와 가정간편식(HMR) 안주를 먹는 ‘홈술’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수제맥주 소매시장 역시 이들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B2C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카브루는 이를 위해 소비자 접점과 소매용 품목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카브루는 GS25 전용 제품으로 ‘경복궁’을 선보여 100만개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오는 4월엔 ‘남산’을 출시하고, 기존 제품 3종을 리뉴얼해 씨유(CU)와 세븐일레븐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마트 채널에서도 판매량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올해 카브루 매출에서 소매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5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카브루는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의 캔 전용 양조장을 착공한다. 내년에 경기도 가평에 새 양조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이 현재의 2배인 1만㎘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어 2단계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여기에서 다시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종량세 도입에 대해 박 대표는 자칫 가격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을 염려했다.

그는 “종량세의 본질은 ‘합리적인 과세체계를 통해 더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다”며 “선두업체인 카브루도 연 매출이 100억원에 못 미치는 영세한 상황에서 가격 할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업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진 카브루·진주햄 대표이사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브루에서 직접 맥주를 따르고 있다. B2C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카브루는 브루펍을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연구개발(R&D)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그러면서 수제맥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을 제안했다. 업계의 대부분은 유통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소형 양조장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소규모 업체만이라도 온라인을 통해 자신들만의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를 생산해 유통시킬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며 “소규모 업체들이 규모나 자본이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와 맛있고 품질 좋은 맥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수제맥주 시장은 향후 5년간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수제맥주가 전체 시장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2024년엔 약 4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끝으로 “현재 건설 중인 4브루어리와 브랜딩 활동이 계속되면 2024년에 시장점유율 24%를 차지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2023년 전후에는 수제맥주회사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진 대표는…

△1975년 서울생 △1998년 서울대 공업화학과 졸업 △2003년 미국 로체스터 대학원 경영학 석사 수료 △2003년 삼성증권 M&A팀 과장 △2006년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영업 담당 상무 △2013년~ 진주햄 대표이사 △2015년~ 카브루 대표이사 △2020년~ 한국수제맥주협회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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