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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급여 통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가 입금됐거든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에 근무하는 이기영 대리(가명)는 4개월치에 해당되는 특별보너스가 최근 급여 통장에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며 흐뭇해 했다.
이 대리가 받은 보너스는 오렌지라이프의 대주주였던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전 직원에게 지급한 위로금이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 2월 신한금융지주와 오렌지라이프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는 별개로 전 직원과 임의로 약속했던 위로금을 지급한 것이었다.
위로금은 직원들의 근속연수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평균 월급의 4개월치(450%)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800명가량의 오렌지라이프 직원 수를 감안하면 수 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위로금 지급 재원은 펀드운용사(GP)인 MBK파트너스와 유한책임회사(LP) 등이 협의한 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내에서 사모펀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었다. 투자(인수) 기업의 미래와 임직원들의 고용은 뒤로 한 채 짧은 기간 투자수익을 극대화한 이후 자금회수(Exit)에 나서는 투기세력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과거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이후 국내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인수·합병(M&A) 시장이 커지면서 사모펀드의 인수 및 회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사모펀드 관계자는 “기업 인수 이후 좋은 성과가 나온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LP는 물론 임직원들에게 신의성실 의무를 다하기 위해 특별보너스 지급을 결정한 것 같다”며 “비효율적 부분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GP, LP뿐 아니라 투자기업 소속 임직원이 힘을 쏟아줬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례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옛 ING생명을 1조8400억원에 인수한 이후 5년 만에 2조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남기며 ‘잭팟’을 터트렸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상장을 통한 구주 매출로 약 1조1000억원을 회수했으며 그간 배당으로 챙긴 금액도 6140억원 정도다. 신한금융으로의 지분 매각으로 2조2989억원을 추가로 회수함에 따라 총 회수 금액은 4조1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MBK파트너스가 입찰에 참여한 롯데손보, 롯데카드 등도 사모펀드에 대해 거부감이 덜한 것으로 전해진다. 되레 성과보상이 확실한 사모펀드에 인수되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나온다는게 카드업계의 전언이다. 롯데손보, 롯데카드에 대한 본입찰은 다음달 19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통 큰 결정(전 직원 대상 특별보너스 지급)을 한데에는 딜을 주도한 윤종하 부회장뿐 아니라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의 세심한 배려가 자리잡고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에 따른 성과보상을 확실하게 해준다는 사모펀드의 긍정적 측면이 이번 선례를 통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