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의존업체 퇴출 바람...제약업계 판도가 바뀐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위탁 제한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제약사들 성장동력 얻을듯
난립하는 제네릭 약들 정리되고 신약 재조명 예상
중소제약사들, 제네릭 약가 인하폭 너무커 생존위협
  • 등록 2019-03-28 오전 5:01:00

    수정 2019-03-28 오후 2:59:09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류성 기자] 복지부와 식약처에서 추진하는 의약품 정책 개편의 핵심은 크게 공동(위탁)생동 폐지와 위탁생산한 복제약에 대한 대폭의 약가인하로 요약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두가지 정책 개편안은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돼있다. 복제약 개발을 자체적으로 하지 않고 다른 제약사들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약업계의 기존 관행을 폐지하고, 나아가 공동생동으로 만든 의약품에 대해서는 큰폭으로 약가를 내려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 개편안의 골자다.

요컨대 앞으로는 제약사가 자체 연구역량으로 제네릭 약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제약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사업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개편은 자체 신약개발역량을 갖춘 대규모 제약사보다는 자본력이나 기술역량이 부족한 중소규모 제약사들에게 회사존립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충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한다. 업계는 제네릭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당수 경쟁력없는 중소제약사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제약사 중심으로 회원사가 구성된 한국제약협동조합의 조용준 이사장(동구바이오제약 대표)은 “하루 아침에 공동생동을 바탕으로 복제약을 판매하던 기존 사업구조를 바꿀것을 요구하는 이번 제도변경은 일방적으로 중소규모 제약사들의 구조조정을 겨냥한 형평성이 어긋난 것이다”며 “공동생동을 폐지하는 것도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고 항변한다.

특히 중소제약사들은 그동안 제네릭 약가를 낮추기 위해 제약사가 공동으로 제네릭약을 개발,각자 판매할수 있는 ‘공동생동’을 권장해오던 정부가 갑작스레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180도 정책을 바꾼 것은 납득할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가 약가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제도 도입이후 7년만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약가제도 개선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복제약에 대해서만 약가를 제대로 보전해주고 그렇지 않은 복제약은 약가보전폭을 크게 내리는 차등가격 원칙을 적용했다. 기존에는 동일제제를 사용한 제네릭 의약품은 동일 가격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정책이 운영됐었다.

달라진 정책에서는 복제약이 제값을 받으려면 1)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실시하고 2)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두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경우 복제약은 오리지널약가 대비 53.55%의 가격을 받을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두가지 요건중 1개를 맞추지 못할 경우 복제약 가격은 오리지널약가 대비 45.52%까지 내려간다.

2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하지 못하는 복제약 약가는 오리지널 약가대비 38.69%까지 깎이게 된다. 올하반기부터 신규로 등재하는 복제약에 대해 달라진 제도가 적용된다. 기존 복제약에 대해서는 유예기간 3년이후 이 제도를 적용한다. 3년의 유예기간에 대해서도 중소 제약사들은 “준비기간이 턱없이 짧다”며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매출 1076억원을 거둔 중소제약사인 국제약품의 안재만 대표는 “중소규모 제약사가 판매하는 의약품의 상당수가 공동생동을 거친 것들인데 약가인하폭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대부분 중소제약사 영업이익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안처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네릭에 대해 대폭으로 약가를 내리게 되면 적자로 돌아서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정부가 공동생동을 폐지하고 대대적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중소제약사들이 난립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통해 신약개발 역량이 있는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하기위한 의도가 자리한다. 여기에 약가 인하를 통해 난립하고 있는 제네릭을 정리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튼튼히 하려는 목적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 개편은 신약개발 역량이 없으면서도 제네릭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중소 제약사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게 될것이다”면서 “중소제약사들도 이제는 연구·개발에 집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수는 모두 412개사에 달하며 20조1000억원 어치의 의약품을 생산했다. 우리보다 의약품 내수시장 규모가 5배 가량 큰 일본의 경우 제약사수가 300여사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사수가 지나치게 많은 셈이다.

중소제약사가 난립하다보니 1개 제약사 평균 매출도 48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 등 10대 제약사가 거두는 매출 10조원 가량을 제외하면 1개 제약사당 매출은 250억원 정도로 쪼그라든다.

이번 정부 정책 개편안에 제약사 모두가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약개발에 주력해온 한미약품(128940)등 대형 제약사와 일부 기술혁신형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난립하고 있는 제네릭 약들 때문에 시장질서가 흐려지고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개량신약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매출 1000억원대의 한 중소 제약사 대표는 “그간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으며 꾸준히 신약개발에 주력해왔다”며 “이번 정부 제도개편으로 신약이 대우받고 제값받는 의약품 시장이 정착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제약사들이 살길은 외부와 손을 잡아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해외시장 진출이다”고 조언했다.

자료: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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