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완치 불가능하지만 치료기회 지속적 늘어날 것"

바이오시밀러, 고가 의약품 접근성 늘려
기존 약 한계 넘는 신약, 치료 포기 환자에게 기회
  • 등록 2018-10-25 오전 7:31:21

    수정 2018-10-25 오전 7:31:21

미국류머티즘학회 연차학술대회에 참가한 제약회사 전시장 전경. 이번 학술대회에는 164개 기업이 참가했다.(사진=강경훈 기자)
[시카고(미국)=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직 류머티즘 완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 치료제 개발로 질병을 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환자는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

지난 19일(현지시각)부터 2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류머티즘학회 연차학술대회는 불치병으로 알려진 류머티즘(자가면역질환) 정복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전 세계 106개국에서 1만5000여명 이상이 참가했다. 발표된 연구결과가 3032건에 이른다. 또한 164개 기업이 류머티즘 치료제와 개발 중인 신약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번 학회에서 눈에 띄었던 관련 업계의 최신 트렌드로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에 대한 인식 개선 △주사제에 밀렸던 경구용 치료제의 강세 △새로운 기전의 주사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이기 때문에 약효와 부작용에서 오리지널약과 차이가 없어야 한다. 이번 학회에서 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특히 이런 연구결과들이 제약사가 아닌 실제 약을 쓰고 있는 임상현장에서 발표한 것이라 더 객관적이다. 유대현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특정 상황의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은 전체 환자의 약 3분의 1 밖에 참여하지 못한다”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조건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인 만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이해가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셀트리온(068270)이 개발 중인 피하주사형 램시마와 기존 형태인 정맥주사형 램시마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피하주사로 맞았을 때 약물에 대한 항체반응이 더 적어 약물의 효과가 더 잘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동일한 성분을 투여경로만 바꿨을 뿐인데 차이를 보인 이유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에 대한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것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학술대회에 홍보부스를 마련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몇 년 전만해도 바이오시밀러 자체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며 “이제는 그런 기초적인 질문은 줄어든 대신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진행 상황과 출시한 약의 효과를 묻는 질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23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진행한 별도 소개 세션에는 25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가 비용 때문에 치료를 주저하던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넓히고 국가 전체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유대현 교수는 “환자들이 주로 쓰는 바이오의약품은 경쟁이 없다보니 제약사들이 20여년 동안 고가 정책을 고수했다”며 “하지만 바이오시밀러가 강력한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먹는 약인 야누스 인산화효소(JAK) 저해제도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이 약은 류머티즘에 관여하는 염증 물질 신호를 전달하는 JAK단백질을 차단한다. 무엇보다 JAK 저해제는 먹는 약이라는 점에서 휴미라·엔브렐·레미케이드 등 항체를 이용한 주사제와 큰 차이가 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젤잔즈(화이자)는 류머티즘관절염에서 최근 건선성관절염, 궤양성대장염으로 적응증을 넓혔다. 후발주자인 올루미언트(릴리)도 주사제 대비 편의성과 주사제의 한계를 집중 공략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릴리 관계자는 “이들 주사제가 류머티즘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주사제를 쓴 환자 중 40%는 만족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3년 안에 치료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JAK 저해제에 도전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바이러스질환에 집중하던 길리어드는 JAK 저해제인 필고티닙의 임상3상 결과를 소개하는데 집중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인 ‘휴미라’ 개발사인 애브비도 JAK 억제제 개발 진행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주사제 시장에서도 기존 주사제와 표적이 다른 약들이 선보였다. 특히 악템라(제넨텍), 케브자라(사노피) 등 면역단백질인 인터루킨(IL)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은 기존 치료제와 더 우수한 효과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학회에서 만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치료제들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은 환자들의 치료기회가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약이 한정돼 있을 때에는 특정 약을 써서 차도가 없을 때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제2, 제3의 치료법이 기다리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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