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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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2020년 재선 가늠자인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전열 정비가 마무리 수순을 밟는 듯하다. 외교·안보 전면에 ‘복심’으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 내정자)와 슈퍼 매파(Super Hawkish)로 명성을 날린 존 볼턴(백악관 안보보좌관 내정자)을, 경제 선봉엔 ‘레이거노믹스 신봉자’인 래리 커들로(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를 배치한 것이다. ‘힘의 우위’로 북·미 정상회담의 기선을 제압하는 한편, ‘경제부흥’을 꾀해 중간선거와 재선 가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예단하긴 쉽지 않지만, 그의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갈 공산이 적지 않다는 게 미국 조야의 관측이다. ‘말도 안 될 것 같은’ 다소 허무맹랑한 그의 요구와 주장들이 종국엔 그의 뜻대로 귀결됐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다. 동맹국까지 겨냥한 글로벌 무역전쟁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전 세계는 트럼프를 비난하기 바빴다. 다들 ‘지는 전쟁’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최근 굴러가는 양상을 보면 모두 트럼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간택’을 바라는 모습뿐이다. 당장 우리만 보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를 내줬다. 트럼프가 원했던 건 ‘무역전쟁’이 아니라 ‘줄 세우기’를 통한 ‘실리 챙기기’였을지도 모르겠다.
호시탐탐 패권에 도전하는 21세기판 중국 황제와 러시아 차르의 ‘장기집권’은 눈엣가시로 볼썽 싶지만, 트럼프의 눈엔 그저 ‘기우’일 뿐이다. 그들을 다루는 솜씨는 거침이 없다. ‘대만여행법’이라는 중국의 역린(逆鱗)까지 건드렸고, 영국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의 외교관 60명을 단박에 추방시켰다. 못 말릴 것 같았던 북한 김정은의 국제사회 데뷔무대 발판을 만든 이도 다름 아닌 트럼프다.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며 김정은과 ‘말 폭탄’을 주고받았을 때만 해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없었다. 그의 대북정책인 ‘최고의 압박’이 김정은의 마음을 돌려놓았다는 건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인정할 정도다.
특유의 즉흥적이고 과격하게 비치는 성격 탓에 ‘안하무인’ ‘막말의 달인’으로 조롱받기 일쑤지만, 어쩌면 그의 언행이 치밀한 전략과 사고 끝에 나왔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배경이다. 트럼프와 그다지 사이가 좋을 리 없는 첫 부인 이바나 트럼프까지 “트럼프는 비이성적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매우 안정되고, 매우 집중하며, 매우 체계적”이라고 했다.
‘거침없던’ 트럼프에게 스캔들은 걸림돌이다. 한쪽에선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의 ‘칼끝’이 턱밑까지 다다랐고 다른 한편에선 섹스스캔들의 주인공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추문을 공개하는 여성과 이를 제지하는 최고권력자의 볼썽사나운 싸움은 법적책임을 떠나 분명히 의심받고 욕먹을 일이다. 트위터광인 트럼프가 이상하리만큼 ‘침묵’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일각에선 뮬러가 섹스스캔들을 수사 선상에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국의 특검은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자와 관련된 ‘모든 사건(all related matters)’을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시한과 정해진 예산도 없다. 1994년 임명돼 무려 5년간 4000만달러를 써가며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을 집요하게 파고든 케네스 스타 특검이 대표적이다. 뮬러가 제2의 스타 특검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