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수호냐, 스토리냐…메이저 뮤지컬제작사 4파전

성수기 접전 예고…연말 뮤지컬 대전 누가 웃나
오디 ‘타이타닉’ 1인 최대 5개 배역
EMK ‘더 라스트 키스’ 아이돌 데뷔작
신시 ‘빌리 엘리어트’ 배우 훈련만 2년
CJ E&M ‘햄릿:얼라이브’ 홍광호 전면
  • 등록 2017-11-30 오전 6:41:49

    수정 2017-12-01 오전 9:39:25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이돌그룹 엑소 수호의 첫 뮤지컬 데뷔작, 1인 최대 5개 이상 배역, 10개월 간의 오디션과 트레이닝까지 걸린 시간만 2년….’

초박빙(薄氷)이라 할만하다. 공연계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각종 물량공세를 쏟아부은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이 몰려온다. 작품의 체급과 흥행성 등을 놓고 봤을 때 ‘타이타닉’ ‘햄릿: 얼라이브’ ‘빌리 엘리어트’ ‘더 라스트키스’의 4파전이 예상된다.

이들 작품 모두 공연 기간만 3개월 이상, 객석 수 1000석 이상의 대작 뮤지컬로 각각 오디컴퍼니·CJ E&M·신시컴퍼니·EMK뮤지컬컴퍼니 등 메이저급 공연제작사들의 연말 대표작이라 흥행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올 한해 뮤지컬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구에게 돌아갈지 갈무리했다.

△스타 있고 없고…아이돌 vs 멀티롤

연말 티켓 전쟁의 선두에 선 ‘타이타닉’(2018년 2월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과 ‘더 라스트키스’(12월15일~2018년 3월11일 LG아트센터)는 배우를 전면으로 세운 작품이지만 전략은 확연히 다르다. 스타 주인공의 출연 여부로 갈린다.

라이선스 공연인 ‘타이타닉’은 주인공 등 특정 인물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른 뮤지컬과 달리 각 배역 저마다의 스토리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1인이 최대 5개 배역 이상을 담당하는 ‘멀티롤’ 뮤지컬이다. 주·조연이나 앙상블(코러스 배우)의 구분 없이 각 등장인물이 비슷한 비중으로 극에 등장한다.

신춘수(왼쪽) 오디컴퍼니 대표와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공연을 기획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 작품은 모든 배우들이 주인공”이라며 “등장인물의 사연이 무대 위에서 다양하게 얽히면서도 전체적인 짜임새를 잃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품을 재창작(논레플리카)했다”고 밝혔다.

1997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어워즈 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한 ‘타이타닉’은 실화가 바탕이다. 1912년 4월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의 출항부터 침몰까지 5일간의 여정을 그린다. 러브스토리를 앞세운 동명 영화와도 내용이 다르다. 여러 개의 층으로 나뉜 무대는 선실 간 격차를 상징하는데 압권이다. 올 한해 내한 공연한 ‘드림걸즈’의 잇딴 배우 교체와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로 큰 재미를 못본 오디컴퍼니가 이번 악재를 뚫고 뮤지컬 명가의 이미지 회복 및 흥행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MK의 ‘더 라스트키스’는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인 수호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다. EMK 엄홍현 대표는 ‘스타 마케팅’의 고수다. 연예인 복귀 마케팅으로 그간 ‘신의 한 수’ 캐스팅을 선보여왔다.

이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연예 활동에 적시호가 켜졌던 JYJ의 김준수와 박효신을 비롯해 군대에서 안마방 출입으로 논란을 일으킨 세븐 등을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세워 스타 팬덤을 뮤지컬 시장으로 끌어들인 주역이다. 될성싶은 아이돌을 찾아내는 데도 귀재다. 이번 엑소 수호의 뮤지컬 데뷔도 눈길을 끄는 이유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타이타닉’은 노래로 듣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특히 한국 관객이라면 세월호의 비극이 떠올라 울컥하게 되더라. 수려한 선율의 음악과 역사의 비극이 사실적으로 묘사한 예술성 높은 작품”이라며 “한국 뮤지컬의 진화”라고 했다. ‘더 라스트키스’에 대해서는 “수호의 출연은 분명히 흥행요소”라며 “스타출연을 넘어 황태자 루돌프는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다. 거대한 시대 변화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다가 실패한 비운의 인물로 아이돌이라면 꼭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믿고 보는 원작의 힘…빌리 vs 햄릿

2010년 국내초연 뒤 7년 만에 공연하는 ‘빌리 엘리어트’(2018년 5월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는 신시컴퍼니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뮤지컬로 옮겨 흥행시킨 뚝심의 제작사로 통한다. 이번에도 5명의 소년 빌리를 선발해 트레이닝하는 데만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4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소년 빌리들의 활약에 주목할 만하다. 1980년대 광부들의 대파업 시기, 영국의 한 탄광촌 광부의 아들 빌리가 우연히 발레를 접하고 무용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박명성(왼쪽) 신시컴퍼니 대표와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본부장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배우만 59명, 스태프 포함 15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대작”이라며 “한국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원 교수는 “빌리의 성장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싸한 현실을 어떻게 선보이느냐가 이 작품의 묘미”라며“어떻게 이야기 하느냐가 흥행의 관건”이라고 했다.

CJ E&M의 ‘햄릿:얼라이브’(2018년 1월1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이 원작이다. 성종완·강봉훈 작가가 비극적 운명에 처한 젊은이 햄릿의 운명극복 과정을 뮤지컬 무대로 옮겼다. 연출은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맡았고,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스타 홍광호를 톱으로 세웠다.

올한해 CJ E&M의 과감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본부장의 역할이 컸다. CJ E&M은 정체 상태인 공연계 현실을 감안해 소규모 및 신생 제작사 등과 공동 제작에 나서는 등 좋은 작품 발굴에 힘쓰고 있다. 상반기 선보인 ‘서편제’ ‘시라노’ ‘브로드웨이 42번가’ 등도 마찬가지다. 새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해 자생력을 살려냈다는 평가다.

원종원 교수는 “공연계 가장 큰손답게 CJ E&M만이 선보일 수 있는 실험과 도전을 선보이고 있다”며 “단순한 아이디어 작업을 넘어 공연계 탄탄한 백업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뮤지컬 ‘햄릿:얼라이브’의 한 장면(사진=CJ E&M).
뮤지컬 ‘타이타닉’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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