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던 일이 기어코 현실로 들이닥쳤다.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현대자동차의 5개 중국 공장 가운데 4개가 지난주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험가동 중인 충칭 공장을 제외하면 중국에 세워진 공장 전체가 멈춰선 것이다. 전년에 비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부품업체에 약속한 대금 지급이 늦어지자 한 외국계 업체가 부품 공급을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다행히 해당 업체가 부품 공급을 다시 시작해 어제 재가동에 들어갔다니 일단 한숨은 돌린 셈이다.
하지만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이번 가동중단 사태의 근본 원인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후폭풍이기 때문이다. 사드배치 방침이 확정된 올해 초부터 보복이 본격화하면서 현대차의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41%나 곤두박질쳤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뒤에서 부추긴 ‘반한(反韓) 마케팅’의 결과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이 계속되는 한 이번처럼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대부분이 벼랑 끝에 처해 있는 현실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경우 중국내 롯데마트 99곳 중 87곳이 영업중단 상태다. 최근에는 에너지 사용 과다를 이유로 발전기와 변압기를 회수당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화장품·문화·관광 분야도 ‘한한령(限韓令)’으로 신음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 규모가 2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비싼 값을 치르며 중국의 민낯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사드 추가배치 방침에 따라 중국의 보복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중국이 그동안 저지른 치졸한 행태를 감안할 때 양국 수교의 ‘정경분리 원칙’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설령 나중에 양국 간 사드 갈등이 진정된다 해도 중국에 대한 투자와 거래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중국 진출 기업들은 물론 진출을 앞둔 기업들도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제3국으로 눈을 돌리는 등 특단의 결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