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동안 글로벌 개인용컴퓨터(PC)시장에서 왕좌를 지켜왔던 중국 레노버그룹이 최근 미국 휴렛패커드(HP)에게 빼앗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부진한 스마트폰사업까지 강화하겠다며 대대적인 조직 쇄신을 단행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노버는 최근 4년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PC 판매 1위 자리를 경쟁사인 HP에 내주고 2위로 밀려난데 이어 지난 2014년말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한때 세계 3위까지 치솟았던 스마트폰 판매에서도 세계 8위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회사 주식 가치는 지난 2014년말 이후에만 무려 60% 가까이 폭락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PC시장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만큼 신규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이미 그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또 화웨이 테크놀러지와 같은 경쟁사들이 PC와 노트북, 태블릿PC 등이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단말기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것.
레노보는 신사업을 장착하기 위해 최근 3년간 미국 모토롤라는 물론이고 IBM의 저가 서버사업을 인수했지만 예상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아성이 워낙 강한 가운데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브랜드 등도 레노버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저가 서버시장에서도 기업 데이터센터용 서버를 놓고 델과 HP 등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IT리서치업체인 크레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팀 바자린 대표는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레노보도 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레노보는 오히려 인수합병(M&A)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인도 스마트폰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비용 절감 노력을 강화할 경우 레노보가 머지 않아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닐 모스턴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 이사는 “레노보가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의 점유율이 1%에 불과하지만 인도에서는 작년 7%에 이어 올해에는 9%에 이르고 있다”고 전하며 “비용 절감 노력을 더 강화하고 인도사업을 확대한다면 이르면 내년쯤 스마트폰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