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비용 줄이기 위해 임상시험 아웃소싱 추세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탐색에서 시작해 임상 1~3상 시험을 거친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신약개발의 성공확률은 9.6%에 불과하다.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없어 개발 중단되면 비용은 고스란히 제약사 부담이 된다. 최근 이 비용절감을 위해 임상시험수탁업체(CRO)에 임상시험을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계 CRO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8억 달러(약 33조1200억원)에서 연평균 12%씩 성장해 2019년에 504억 달러(약 58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 중에 임상시험은 모두 CRO에 맡기고 관리만 하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임상시험 시장 커지지만 대부분 외국계 몫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을 국내 유치하면 신약을 국내에 빨리 들여오는 효과가 있다. 국내의 임상시험과 관련된 시설과 의료진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글로벌 제약사도 늘고있다. 미 국립보건원 자료에 따르면 2000년 33건에 불과하던 국내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지난해에는 652건으로 20배 가까이 늘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세계 7위를 차지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임상시험 건수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5930건이었다.
임상시험이 늘면서 국내 CRO 시장 규모도 2010년 1250억원에서 2014년 2955억원으로 커졌다. 문제는 국내에서 임상시험이 늘어날수록 글로벌 CRO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는 것. 이 기간 외국계 CRO점유율은 64%에서 73%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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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 국제 경쟁력 키워야
국내에는 20여개 CRO가 있으나 걸음마 단계다. 2014년 기준 국내 CRO업계의 매출은 797억원에 불과하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의 매출이 200억원에 불과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가 임상시험 환경이 좋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외국계 제약사의 임상시험이 늘어났지만 글로벌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글로벌CRO의 한국지사가 늘어났을 뿐 국내CRO의 역할이 커진것이 아니다.
이영작 한국임상CRO협회 회장(LSK 글로벌 PS 대표)은 “규모가 크고 디자인이 복잡한 다국적 임상시험은 글로벌 CRO가 잘 할지 모르나 국내 CRO만큼 국내 제약사 상황 잘 아는 곳은 없다”며 “국내 임상시험 결과도 외국에서 인정을 받기 때문에 굳이 글로벌 CRO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CRO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CRO를 경험한 한 제약사 연구소장은 “국내 CRO는 임상연구원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크다”며 “글로벌 업체는 시스템이 갖춰져 일정한 퀄러티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검체를 국내 기관이 분석할 수 있도록 요건을 정하는 ‘검체분석기관 지정제’ 같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기준이 없어 검체분석은 외국계 CRO의 몫이었다. 이들은 국내 임상시험으로 모은 검체를 외국에서 분석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검체분석 기준이 마련되고 국내 CRO가 이를 충족하면 국내 업체가 분석한 검체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제약산업이 발전하려면 제약사와 CRO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제약시장 규모가 세계 2위이지만,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는 세계 18위에 불과하다. 그 이유가 일본 제약사가 외국 CRO에만 의존하느라 국내 CRO의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는 제약회사가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상시험을 외부 업체에 맡길 때 이를 맡아서 진행하는 외부 업체를 뜻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임상시험만 대행하는 게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 허가대행, 시판 후 관리 등 신약개발 전 단계의 컨설팅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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