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의 증시브리핑]테마주의 유혹

  • 등록 2014-10-28 오전 7:57:25

    수정 2014-10-28 오전 7:57:2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중국과의 교류를 앞둔 1988년께, ‘만리장성 4인방’이라는 테마주가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알루미늄 새시를 납품하는 업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인부들의 신발을 댄다는 고무 제조업체가 인기를 끌었고 인부들의 간식을 제공한다는 식품업체까지 뛰었다. 마지막에는 인부들이 음식을 먹다 체할 때 소화제를 공급하기로 한 제약업체까지 테마주로 등장했다.

이번엔 반기문 테마주다. 최근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자 테마주로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전날(27일)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 총장과 관련된 종목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한창(005110), 씨씨에스(066790), 보성파워텍(006910), 휘닉스소재(050090), 피에스엠씨(024850)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반 총장의 동생이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보성파워텍(006910) 역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일부 종목은 반 총장과 동문이 대표이사라고, 혹은 고향에 위치해있다고 상승하기도 했다. 그럴싸한 이유와 황당한 이유들이 뒤범벅돼 증시가 들썩인다. 이에 투자자들도 휘말리는 분위기다.

지난 대선에도 박근혜 테마주부터 문재인 테마주, 안철수 테마주 등 많은 종목들이 급등했다가 실체가 드러나며 폭락했다. 대다수의 투자자들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래도 별 매력 없이 밋밋한 장에서 눈길을 끄는 종목들이 나오자 투자자들의 마음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900 초반에 갇혀버려 싸질 만큼 싼 증시라지만 실적을 보면 마땅히 살 종목도 없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테마주가 투자자의 마음을 계속 건드리는 것이다.

이렇게 모멘텀 없는 우리 시장과 달리 미국 시장은 호재 일색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관망세를 펼쳤지만 기업 실적이 반등하고 있다. 지난 주 캐터필라와 애플의 어닝서프라이즈를 낸 데 이어 이번 주 성적을 발표하는 페이스북, 엑손모빌 등도 양호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결국 ‘성장 테마’를 쫓기 위해서는 이미 비싸진 일부 종목에 뒤늦게 접근하든지 미국 등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서는 방법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선을 한참 앞두고 벌써부터 나오는 테마주는 투자자들의 답답한 처지에 대한 반작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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