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룡의 한방라운지)속쓰림

  • 등록 2005-11-24 오후 12:20:20

    수정 2005-11-24 오후 12:20:20

[이데일리 이해룡 칼럼니스트] “속이 비었다 싶으면 위장이 너무 쓰리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대기업체 간부인 김모씨(47세)는 최근 속쓰림이 너무 심해서 업무 보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새벽이나 식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속쓰림으로 인해 한동안 배를 움켜쥐고 있을 정도로 고생한다는 것이다.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씨는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술자리가 부쩍 잦아져 일주일에 3-4번은 술자리를 갖는다고 한다. 사실상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셈이다. 김씨는 아침에 부인이 끓여주는 해장국으로 속을 풀기는 하지만 예전과 달리 쓰린 속이 빨리 풀어지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술을 먹지 않은 날도 약간 과식을 하거나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쓰림이 더욱 심해져서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할 정도로 소화기능이 나빠졌다고 한다.

더욱 상황이 나쁜 것은 영업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스트레스까지 겹친다는 점이다. 연말까지 회사에서 정해 놓은 실적을 따라잡아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적을 맞춰야 내년에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 아픈 몸을 추스리며 밤늦게 까지 술자리를 전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눈도 침침해지고 기력도 달려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절감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등산을 할 때면 새파란 후배를 제치고 가장 먼저 정상에 올라 주위의 부러움을 샀는데 얼마 전 부원들과 함께 서울근교에 산행을 갔을 때 꼴찌로 산에 올라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행을 갔다 오면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와 몸이 천근만근이 되어 꼼작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처럼 잦은 술자리와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 등으로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가 망가져 속쓰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의학적으로 속쓰림은 조잡(&22024;雜)의 범주에 포함된다. 동의보감은 조잡에 대해 배가 아픈 듯 하지만 아프지 않고, 고픈 듯 하지만 고프지 않으며, 가슴이 답답하여 편안하지 못한 증상이라고 했다.

조잡증은 담화가 있거나 걱정을 많이 하거나 상한 음식을 잘못 먹었을 때 발생한다. 이 중 한의학적으로 가장 많은 것은 담화로 인한 것이고, 그 다음에는 사려상비라고 하여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기가 상했을 때 발생한다.

담화로 인해 속쓰림이 있을 때는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 메스꺼운 느낌이 들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불면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심하면 열이 확 올랐다가 내리고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 뒷목이 뻣뻣하게 굳어서 고개를 돌리기 힘든 항강증이나 견비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여자의 경우에는 손발이 차고 냉이 많아지기도 하며, 소변이 시원치 않으며 몸이 가라앉으면서 꼼작하지 못하고 자리에 드러눕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속쓰림은 주로 새벽에 나타난다. 동의보감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과 함께 새벽녘에 속이 쓰리면서 잠을 깨는 것은 사려상심 즉 걱정 근심을 하여 심장이 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잡증상은 서양 의학적으로 보자면 위염이나 식도염 위산과다 등에 해당된다. 속쓰림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끼니를 제 시간에 맞춰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시간이 들쑥날쑥하면 위장도 리듬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에 음식 먹는 것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퇴근후 잦은 회식이나 술자리는 위장에 쉴 틈을 주지 않아 소화기를 상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식사 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해서 소화기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지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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