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태국 제2 금융위기 촉발하나

  • 등록 2000-05-16 오전 11:32:33

    수정 2000-05-16 오전 11:32:33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정치적 불안정 및 외국인 투자 감소 등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면서 태국 바트화도 동반 하락, 제2의 금융위기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조기에 시장 상황이 호전되기 힘든 실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루피아화 가치는 지난주에만 9% 하락했으며, 이달 들어 14.7%나 폭락한 상태다. 또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증시 지수도 1년간 최저치 수준에 근접해 있다. 작년 7월과 올 1월에 지수 700을 돌파했던 자카르타 증권거래소 지수는 현재 510선까지 떨어져 있다. 문제는 정치적 불안정 및 외국인 투자 감소 등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악재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자카르타에 있는 한 미국계 은행의 대표는 "1998년 1월과 흡사하다"며 "사람들이 군중심리에 따라 몰려다니며 루피아화를 내다팔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초에 루피아화는 달러화에 대해 처음으로 1만을 돌파했었다. 금요일에 루피아는 8800까지 떨어졌었으나 정부가 강력한 개입의지를 밝힘에 따라 8290으로 마감됐다. 와히드 대통령은 "루피아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루피아화 가치는 다시 하락, 현재 8700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외환전문가들은 수주일내에 9000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경제성장 속도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사무소의 수기토 수위토는 15일 "인도네시아 경제가 정치적 불안정 및 외국인 투자 감소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4%보다 낮은 1.5%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는 1분기에 3.2% 성장을 했는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당초 4% 성장을 예상했었다. 일부는 6%까지 전망했었다. 따라서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수위토는 "법적인 불확실성과 정치적 불안정, 루피아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주수프 와난디는 "실제 위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그가 옳을 지 여부는 지금부터 8월까지 기간동안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8월중 선거를 치를 예정인데,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이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정치를 불확실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와히드의 취약한 정치적 입지가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와히드 대통령이 최근 동생을 인도네시아 금융개혁청의 자문관으로 임명한 것이 언론들에 의해 정실주의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플레가 안정돼 있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도 182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여건이 괜찮다. 인도네시아 경제장관인 크위크 키안 기에는 "경제의 펀더멘털은 지금 현재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IMF와 4억 달러 지원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정치적 불안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의 IMF 대표인 존 도즈워드는 "심도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인도네시아는 자본이 부족한 상태이며 더 많은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구조조정 가속화 및 정치적 불안감 해소 등이 선결될 경우, 인도네시아 경제가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루피아화가 떨어지면서 태국의 바트화도 하락하고 있다. 최근 바트화 환율이 달러당 39바트까지 올랐다. ABN암로 싱가포르의 게라르 테오는 "루피아화 때문에 바트화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루피아화가 동남아시아 통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경쟁력 유지와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동남아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다른 통화와 비슷하게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의 경우, 곧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올릴 예정이고 지난주에 IMF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이것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약효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국의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예상외로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지난 4개월간 모두 210억 바트를 매도했는데, 이는 작년의 30억 바트에 비해 7배나 늘어난 것이다. SG 아시아 크레디트 증권의 시리얀 피에테르즈는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도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11월에 치르기로 예정돼 있는 선거로 인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메릴린치 파트라 증권의 공동 대표인 마이클 운스워스는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시장이 강하게 오르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주가도 하락세다. 태국 증권거래소 지수는 올해에만 30% 이상 빠지면서 14개월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량은 1분기에 64억 바트에서 지난달에 30억 바트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태국 경제는 수출 신장세와 기업 수익 증가로 올해에 4.5%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 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길 경우, 태국 시장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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