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전통주가 국산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원료인 쌀이다. 국민 식습관 변화로 밥을 먹는 이들이 줄면서 매년 잉여생산된 쌀은 큰 문제다. 반대로 최근 전통주 인기는 국내 젊은 층을 넘어 해외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앞으로 전통주 산업 활성화에 미래 쌀 소비 확대의 키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누적기준으로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전통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0~70% 증가했다. 특히 20대와 30대 매출 성장률이 최대 80%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역사가 깊은 전통주에 최근 세련된 브랜드 전략을 가미한 전략이 주효했다”며 “색다른 맛 등 그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20·30대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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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기에 전통주는 쌀 소비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의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다만 눈여겨볼 것은 전통주 등 주류 제조에 쓰이는 쌀 소비는 급증했다는 점이다. 2023년 주정제조업에 사용된 쌀은 19만 7102t으로 전년(12만 1775t)대비 62% 급증했다.
현재 남는 쌀은 보관 등 관리비만 한해 4000억원에 이를 정도다. 정부는 지난해 쌀 초과 공급 물량이 12만 8000t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쌀 경작 면적을 줄이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식량 안보를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다. 결국 쌀의 활용을 늘리는 길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전통주는 다른 쌀 소비 대책보다 효과적이다. 기호식품인 만큼 다양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하는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는 “기존 쌀 소비 대책은 떡, 면, 빵 등으로 만들어 식사를 대체하는 것 정도였다”며 “이 탓에 추가적인 쌀 소비를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류는 과자와 떡 등 다른 쌀 가공식품보다도 본래의 10~20배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주는 다른 쌀 가공품보다 쌀 사용량도 월등하다. 재료는 간단해도 쌀을 고두밥, 범벅, 죽 등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혼합비율, 온도 등에 따라 청주, 탁주 등 각기 다른 술이 탄생한다. 특히 K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해외에서의 인기도 상승세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막걸리 업계는 매년 정부가 가공미로 내놓는 국산 쌀 가운데 20%를 사용하고 있다”며 “남미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져 막걸리 수출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해 전통주의 해외 수출 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향료 첨가 등 기준 완화는 물론 수출 인프라 지원이 대표적이다. 남 사무국장은 “전통 유지도 중요하지만 외국의 데낄라, 하이볼 등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에 맞게 전통주도 변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전통주 제조시설들이 열악한데 탄산 주입 시설, 수출을 위한 냉동 보관 시설 등 변신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