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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국왕을 살해해 왕위에 오른 뒤 서서히 파멸해가는 이야기다. 김미란 연출은 정의·관계·규범이 모호해지는 현대인의 잔혹함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등장인물의 관계는 대대로 정육점을 운영하는 집안으로 바꾸고, 배경을 한국의 장례식장으로 옮겨왔다.
김미란 연출은 “수어를 두고 ‘아름답다’ ‘따뜻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라며 “역으로 ‘맥베스’처럼 차갑고 잔혹한 언어로 쓰인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6명의 농인 배우가 주요 인물을 연기하고 4명의 소리꾼이 무대 위 사건을 노래한다. 6명의 배우 중 5명이 여성 농인 배우다. 맥베스를 포함해 원작에서 남성으로 그려진 인물을 모두 여성 배우가 연기한다. 2023년 국립극장 기획공연 ‘우리 읍내’에서 활약한 박지영과 김우경이 각각 막(원작 맥베스)과 리(원작 레이디 맥베스) 역을 맡았다. 무당 역을 맡은 남성 농인 배우 우지양은 드랙퀸 퍼포머로 분한다.
이번 ‘맥베스’는 농인 배우의 연기를 소리꾼의 노래로 음성 해설하고, 가사를 영상 속 한글 자막으로 제공한다. 공연 예매 단계에서는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 자막이 들어간 공연소개 영상과 공연장 안내 영상을 제공하며, 공연 당일 점자가 포함된 프로그램북을 마련한다. 이번 공연 이후 오는 7월 4일과 5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2024 세계농예술축제(The Festival Clin d’Oeil)에서도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