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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7월부터 도입한 ‘디폴트 옵션’(사전운용지정제도)의 효과가 컸다. 이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은행이 알아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
은행권에서 취급한 퇴직연금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확정급여(DB)형이 87조원으로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했고 확정기여(DC)형이 61조 6389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이 49조 3946억원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IRP 규모는 전년 대비 29%로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고금리 기조가 꺾이기 시작하면 지난해 수준의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자수익 비중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실적 방어를 위해서라도 퇴직연금 등 수익 구조 다양화는 필수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시장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82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매년 평균 9.4% 성장해 2033년에는 9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수익률 싸움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도 만만치 않아 상품을 차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리라 예상한다”며 “소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노후자산 형성을 위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 가입 또는 금융기관 갈아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