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 수익 활로는···은행, 퇴직연금 시장 공략

지난해 말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200조원 육박
ELS사태로 금융상품판매 어려워…핵심 수수료 수익원
시중은행 고객 유치경쟁 활발…“수익기반 다양화 핵심”
  • 등록 2024-03-08 오전 7:50:00

    수정 2024-03-08 오전 7:50:00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하반기 고금리 기조가 꺾일 것이란 전망에 비이자 수익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98조 479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2년 말(170조 8255억원) 대비 15.9%(27조 2226억원) 증가한 규모다. 2022년 증가 폭(21조 1012억원)까지 더 하면 2년 새 50조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엔 200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7월부터 도입한 ‘디폴트 옵션’(사전운용지정제도)의 효과가 컸다. 이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은행이 알아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

은행권에서 취급한 퇴직연금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확정급여(DB)형이 87조원으로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했고 확정기여(DC)형이 61조 6389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이 49조 3946억원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IRP 규모는 전년 대비 29%로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은행권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빠르게 늘렸다. 이자 장사 비판을 받는 은행권에서 비이자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ELS 사태를 겪으며 은행권에서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의 몇 안 남은 핵심 수익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고금리 기조가 꺾이기 시작하면 지난해 수준의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자수익 비중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실적 방어를 위해서라도 퇴직연금 등 수익 구조 다양화는 필수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시장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82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매년 평균 9.4% 성장해 2033년에는 9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대부분 가입자가 장기간 가입하기 때문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다음 달부터 퇴직연금 수수료에 개인형 IRP 디폴트 옵션의 성과를 연동하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연금 수익률이 높으면 수수료를 더 많이 취하고 반대로 부진하면 수수료를 덜 받는 방식이다. 이에 은행권은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수익률 홍보와 상품권 제공 등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수익률 싸움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도 만만치 않아 상품을 차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리라 예상한다”며 “소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노후자산 형성을 위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 가입 또는 금융기관 갈아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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