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오빠의 따뜻한 음식 위로…그맛 히스테이스트[이주의유튜버]

요리 전문 유튜버지만 따뜻하고 솔직한 상담으로 인기
모태솔로 고민 여대생에 "기다려서 안오면 움직여야지"
조언과 어울리는 음식 레시피 소개…때론 따끔한 조언
'내 사연이 아닌데도 위로 받아' 따듯한 공감 줄이어
  • 등록 2023-08-26 오후 12:34:28

    수정 2023-08-26 오후 5:15:24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돈가스에 소스를 부어주던 찍어먹던 누구 하나는 움직여야 맛이 나는 거야. 자기가 움직일 생각은 없어? 가만히 기다려서 안 오면 움직여야지. 원한다면. 다 짝은 있어. 뛰어요 공주님. 예쁜 연애 자기도 하게 될거야.”(25세 모태솔로 여대생의 고민에 돈가스를 만들어주며)

“크림은 파스타만 할 수 있어? 아니 우동도 할 수 있어. 그럼 이건 크림 같은 거 우동인가? 아니야. 크림우동이야. 남자 같은 건 뭐고 여자 같은 건 뭔데? 그냥 나는 나야. 머리의 길이가 성별을 특정하지 않고 특정 성별이 해야 하는 외적인 규정 같은 건 없어. 그 말이 듣기 싫어서 머리를 길러도 되지만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 불편해서 머리를 자를 수 있는 자그마한 결단력도 나의 색깔도 잃지 말고 건강한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자랐으면 좋겠어.”(남자로 놀림 받는 초등 6학년 여학생에게 크림우동을 만들어주며)

(자료 = 그맛 히스테이스트(HisTaste) 유튜브 채널 캡쳐)


이번주 소개할 ‘그맛 히스테이스트(HisTaste)’는 음식과 따뜻한 위로를 함께 건네주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채널은 2020년 12월에 처음 개설됐고, 26일 기준 구독자는 19만 4000명입니다. 동영상은 총 674개가 등록돼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쇼츠(1분 안팎의 짧은 동영상)입니다.

스스로를 왕자라고 칭하는 그맛은 초창기에는 평범한 푸드 유튜버처럼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그맛은 한식·양식·중식·일식·제빵 등 다양한 요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초창기에는 전문지식을 토대로 꽃게랑으로 게살버거 만들기 등 다양한 음식 레시피를 소개했으나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만5000명 정도였던 채널의 구독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올해초부터로 입니다. 정확하게 특정하긴 어렵지만 이때부터 그가 음식을 만들며 상담을 해주는 콘텐츠를 쇼츠 형태로 올린 것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맛은 다양한 고민자들의 사연을 얇은 하이톤 목소리로 수다쟁이 오빠처럼 무겁지 않고 명쾌하게 상담을 해줍니다. 상담 전문가들처럼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무게를 잡지 않고, 꾸미지 않은 진정성으로 다가갑니다.

(자료 = 그맛 히스테이스트(HisTaste) 유튜브 채널 캡쳐)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친구에 대한 고민에는 “너의 잘못으로 잃었고 다시 얻고 싶다면 네가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거야. 미안함의 표현을 지속적으로 하세요. 소중한 걸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라고 조언하며 사과에 성공하라며 사과튀김을 만듭니다. 또 사랑했던 남자친구가 몰카를 찍었다는 것을 알게 돼 스스로 자책하는 이에게는 “알고 만났어? 몰랐잖아. 뭘 자책해. 안 배운 걸로 시험 치면 맞춰? 찍는 거는 한계가 있어. 이제 공주님(사연자)가 할 건 자책말고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라고 위로하며, 머리가 좋아져 시험을 잘 보라며 호두 과자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선생님께 쓸데없는 없는 질문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나 의기소침해진 고등학생의 고민에 그맛은 별 모양 쿠키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별들이 만나서 살다보면 결국 부딪히 동글동글 해지는 것 같더라. 네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 모르지만, 네가 많이 빛이 나서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 상처받지 말고 둥글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버려. 깎이는 거에 두려워 하지마. 깎인 후에도 빛날 수 있는 원석이잖아. 자기는”이라고 위로합니다.

때론 따끔한 조언도 합니다. 남자친구가 있지만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됐다는 이의 사연에는 “자기야 이거저거 다 가지려 하면 결국 터진다. 일단 지금 남자친구는 놓아주고 그 다음에 뭘 해야지. 자기는 사랑 받아 마땅한 사람이지만 자기 남자친구도 그래. 그 친구의 젊음을 밑빠진 독에 물 붓게 하지마. 지금이라도 정리해주는 게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의야”라고 말해줍니다. 그맛이 이때 만든 음식은 속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말아지지도 않는 월남쌈이었습니다.

(자료 = 그맛 히스테이스트(HisTaste) 유튜브 채널 캡쳐)
꾸미지 않는 솔직하고 따뜻한 위로·조언은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비슷한 위안을 느끼게 하나 봅니다. ‘진짜 말도 너무 이쁘게 하고 내 사연도 아닌데 위로가 된다’, ‘진짜 명절에 엄마 만나서 마음 따듯한 조언 듣는게 이런 느낌이구나’하는 댓글도 많이 눈에 띕니다.

요리 전문가인 그맛이 역시 자신이 이렇게 음식보다 상담과 조언으로 더 공감과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알았을까요. 그의 음식보다 더 귀하고 따뜻한 위로가 계속되기를 바라봅니다. 때론 배가 아닌 마음이 채워질 때 훨씬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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