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22년 홍콩은 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세계 180개 국가 중 148위를 차지했다. 전년도 순위는 80위였다. 1년새 100위 밖으로 쫓겨났다. 한때 자유와 낭만의 도시였던 홍콩의 ‘현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올해는 50년으로 약속됐던 ‘일국양제’ 유지 기간의 반환점이 되는 시점으로, 지금의 홍콩을 만들어낸 ‘일국양제’가 현재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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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홍콩의 여름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불타올랐다. 그해 2월 대만에서 홍콩인이 연루된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홍콩 행정부는 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명문으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추진을 추진했다. 홍콩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송환법이 홍콩 민주 진영 인사 등을 중국으로 손쉽게 송환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 우려했고, 이것은 시위로 번져 6개월 넘게 이어졌다.
중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외국 세력과의 결탁, 정권 전복, 테러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으로, 이후 실제로 다수의 민주 진영 인사들이 기소됐다. 여기에 중국은 지난해 3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에 따라 홍콩의 선거제도가 개편해 민주 진영의 공직 진출을 차단했다. 그 결과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을 얻은 경찰 출신 존 리 행정장관이 7월1일 취임한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은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홍콩의 중국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콩 보안법 제정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는 중국과 홍콩 수뇌부에 책임을 물어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및 거래 금지 등 제재에 나섰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 옥스퍼드대 총장은 지난달 2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홍콩 일기’ 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영국과 합의한 ‘고도의 자치권’을 포괄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면서 “1997년 이후 10년 정도 홍콩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홍콩인들이 의미하는 ‘자유’를 두려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들의 패거리로 인해 홍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패튼 총장은 또한 홍콩에 대한 중국의 위압적인 접근 탓에 홍콩의 인적 자원이 영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의 엄청난 손실이자 중국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패튼 총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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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국양제, 도전에도 성공 이뤄” 자평
시 주석은 또 “우리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일국양제를 견지한다면 홍콩의 미래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며 “홍콩은 반드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더욱 새로운 공헌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말에도 베이징을 찾은 리 행정장관에게 시 주석은 “지난 25년간 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일국양제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을 이뤘다”면서 “이 원칙을 포괄적이고 정확하게 이행한다는 중앙 정부의 결심은 흔들린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47년 이후에도 일국양제가 유지될 가능성도 중국 고위 관리자를 통해 언급되고 있다. 선춘야오 전국인민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주임은 지난달 27일 홍콩 법무부 주최 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홍콩의 일국양제 통치 원칙은 실증적 경험을 토대로 그것이 성공적이고 효과적이며 대중적임이 입증된다면 2047년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적시에 개선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며 “우리는 전체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하며 홍콩 정부는 여러 도전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