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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버크셔의 본사가 위치한 미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연례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투자 현황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과 공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베팅하고 차익 거래를 위해 이 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버크셔는 액티비전 지분을 9.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버핏은 또 “지금부터 모든 거래는 덩치가 커져야만(sizable)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앨러게니를 116억달러(약 14조 6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또 한 번 ‘통 큰’ 베팅을 선언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마땅한 투자처 없다”고 한탄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버핏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발발 이후 미 4대 항공주를 모두 손절매하고, 은행주 비중을 대폭 줄였다. 대신 자사주를 대규모 매입하며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버핏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을 때 현금을 보유하거나 버크셔 자사주를 사들여왔다. 그런데 올 1분기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32억달러로 작년 4분기 69억달러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버크셔의 보유 현금도 1470억달러에서 1063억달러로 줄었다.
특히 셰브론은 무려 259억달러어치를 보유, 지난 해 말 45억달러 대비 5배 급증했다. WSJ는 셰브론이 총 3900억달러 규모의 버크셔의 주식포트폴리오에서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더불어 상위 4대 투자 종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버핏이 다시 공격적인 투자를 개시하자 시장에선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및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미 경제 충격이 코로나19 팬데믹만큼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낮은 편인데다 실업률, 가계부채, 개인소비지출 등 경제 건전성 지표 대부분이 매우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28일 발표된 올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마이너스(-) 1.4% 역성장을 기록해 6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제시한 올해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7%로 독일(2.1%), 일본(2.4%), 한국(2.5%) 등을 크게 앞선다.
“주식시장 도박판으로 변해…비트코인은 無가치”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거듭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버핏은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암호화폐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며 “비트코인이 내년에 오를지, 혹은 5년, 10년 뒤에 오를지 또는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 그 어떤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버크셔의 연례 주주총회가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년 동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열리지 않았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수천명이 참석했다. 버핏은 “모든 사람과 직접 만날 수 있어 훨씬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버크셔 역시 올 1분기 미 경기둔화와 주식시장 급락 충격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버크셔의 1분기 순익은 54억 60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117억 1000만달러 대비 절반 이상(53%) 줄었다. 다만 버크셔 주가는 올 1분기 7.5% 상승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마이너스 13% 수익률을 크게 상회했다.